공유하기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전금진(全今鎭)단장은 29일 남한에서 ‘30대로, 80년대 대학학번이며, 60년대 출생’을 지칭하는 ‘386’이란 용어를 사용해 관심을 끌었다. 전단장은 신라호텔에 도착한 뒤 우리 대표단과의 환담에서 “386세대들이 젊은 분들을 (회담에) 끼워 넣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다”고 말해 북한에서도 젊은층의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북측 대표단 수행원인 홍기풍 내각사무국 부원도 기자들이 “대표단에 젊은 사람들이 많다. 세대교체가 됐느냐”고 묻자 “남측도 그런 것 아니냐. 젊은 사람끼리 잘해야죠”라고 답해 북측 ‘대남 일꾼’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인했다.
실제로 북측 회담대표 ‘5인방’ 중 막내인 량태현 내각사무국 과장은 63년생(37세)인 것으로 확인돼 북측 ‘386’의 요구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량과장은 향후 북한측 대남사업의 ‘차세대 주자’로 평가되고 있다. 량과장은 이날 오찬장에서 ‘386세대로서 회담에 참여한 소감을 말해달라’는 기자들의 주문에 “우리나라, 우리민족, 내나라 사람들이라 아주 기쁘다”며 “젊은 사람으로 와서 느끼는 바가 많다”고 소감을 피력.
통일부 관계자는 량과장에 대해 “젊은 사람이 점잖고 참신하다”며 “북한이 회담일꾼으로 교육을 시키려는 듯 젊은 사람들을 많이 배석시킨 것 같다”고 평가했다.
▼권민 내각참사/상황실-기획 총괄 '막후실세'▼
30일 아침 전금진(全今鎭)단장을 중심으로 한 북측대표단은 숙소인 신라호텔 23층 프랑스식당 ‘라 콘티넨타’에서 갈치구이 정식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하지만 수행원인 권민(權珉·45)내각 참사만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북측 상황실을 총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권참사는 상황실에서 주문한 음식으로 아침을 때웠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그가 이번 남북장관급 회담에서도 전단장을 보좌하며 전체회담의 완급조절과 기획을 총괄하는 ‘실세’가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각 참사는 우리로 치면 총리실 국장급에 해당한다.
이번 회담에 ‘권호웅’이란 본명을 사용한 권참사는 4월 열린 정상회담 비공개 특사접촉과 준비접촉 과정에서 북측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했고 지난해 서해교전으로 무산된 베이징(北京)차관급 회담에서도 대표로 참석했던 남한통으로 알려져 있다.
또 금강산 솔잎혹파리 방제대책 협의, 남북 노동자축구대회 준비회담 등에서도 북측 대표로 나왔고 98년에는 ‘옥수수 박사’로 알려진 김순권(金順權)경북대 교수를 북측에 안내했을 정도로 모든 대남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에도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많다.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도 29일 저녁 이한동(李漢東)총리주재 만찬에서 권참사와 반갑게 재회의 악수를 나눴다.
통일부 관계자는 권참사에 대해 “조용하면서도 서글서글한 외모가 호감을 준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