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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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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때론 대립적이고, 때론 모순적이기도 한 ‘3각관계’가 앞으로 긍정적으로 작동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 작동의 틀이 마련된 것 자체는 주목할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北美 회담〓회담은 20분 정도에 불과했고 구체적 합의가 도출되지도 않았지만 ‘고위급 회담’을 열기 위한 ‘회담’을 하느라 진을 뺐던 그동안의 양국관계를 볼 때 관계개선을 위한 ‘의미있는 진전’임에는 분명하다고 정부 당국자는 평가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북한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은 핵 미사일 미군유해송환 등 사안별로만 다뤄지던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예상대로 양측은 관계개선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북한 핵 미사일 위협’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로 요약되는 ‘현안’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시각차를 드러냈다.
미측은 특히 최근 국제적 논란인 ‘북한의 조건부 미사일개발 포기설’과 관련해 “그 ‘조건’이 단지 위성을 발사시켜주는 것이라면 도와줄 수 있지만 위성발사체나 기술제공을 원한다면 곤란한 일”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북측은 “우리의 미사일개발 자체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인데 미측이 우리를 테러지원국가로 지정해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종전주장을 되풀이했다.
북―미관계가 이날 회담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전후의 남북관계처럼 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믿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회담전인 26일 “이날 회담은 양국관계에서 초보적 단계의 것으로 여기서 뭔가 중요한 발표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제는 북―미관계에서 질적 변화가 없으면 남북관계의 진전에도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은 26일 첫 남북외무장관회담에서 “북한이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는데 협조하겠다”고 백외무상에게 제의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의 가입을 도와줄 수는 있어도 결정할 수는 없다. 그 힘은 미국에 있다.
대북투자 등 남북경협도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IBRD를 통한 차관도입이 가능해야 본격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핵 미사일 문제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 전에는 어려운 일이라는 게 외교부관계자의 설명이다.
▼SOFA개정 원만해결 동의 "북한 ARF가입 크게 환영"▼
▽한미 회담〓이날 회담에서는 한미 관계가 대북정책 등 대외적으로는 확실한 공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협상 등 양국간의 껄끄러운 현안을 지혜롭게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SOFA에 대한 국민여론과 정부의 입장을 이정빈장관으로부터 전해들은 올브라이트장관은 “그 중요성과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장관은 또 북한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가입을 적극 환영하면서 앞으로 북측의 국제기구나 국제회의 가입을 지지하고 지원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콕〓부형권·워싱턴〓한기흥특파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