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남북정상 사진 게재]野"정권홍보" 與"생트집"

  • 입력 2000년 7월 17일 19시 00분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남북정상회담 사진을 싣기로 한 데 대해 한나라당이 17일 “교과서가 특정 정권의 홍보물이 돼선 안된다”면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아직 남북관계가 걸음마 단계이고 예측 불가능한 요인들이 산재해 있는 데다 군의 주적개념 역시 바뀌지 않았다”면서 “이런 마당에 초등학교 교과서에 남북정상회담 사진을 싣는 것은 성급하고 이치에 닿지 않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그런 일은 남북한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고 나서 검토해도 늦지 않다”며 “교과서가 어느 한 정권의 업적을 홍보해서는 안되는 만큼 교육부는 당장 새 교과서 인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부측은 한나라당의 이런 지적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문제의 사진은 인쇄중인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보조 교과서 ‘생활의 길잡이’의 ‘우리는 한겨레’라는 장(章)에 수록된 20여장의 화보 중 한 장으로 기존의 남북 적십자회담 사진을 정상회담 사진으로 바꾼 것인데, 이를 정권 홍보물 운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이미 92년 6차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반공 승공 멸공 등의 냉전적 용어들이 민주 화해 협력 등의 탈냉전 용어로 대체된 상태여서 남북정상회담 사진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게 교육부측의 반박. 예를 들어 ‘우리는 한겨레’에는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은 조상이 같습니다. 남북한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알아봅시다’는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는 것.

교육부 이수일(李修一)교육과정심의관은 “북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여러 사진 중에서 한 장을 바꾸는 것으로 의도적으로 누구를 홍보하기 위한 내용이 아니다”면서 “한나라당도 교과서 내용을 보면 취지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교육부를 거들었다.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적십자회담 사진은 괜찮고 정상회담 사진은 안된다는 말이냐”면서 “이미 그 자체로 역사가 된 남북정상회담을 사사건건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한나라당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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