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회창총재 비난/한나라당-청와대 반응]

  • 입력 2000년 7월 12일 19시 29분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을 놓고 불거졌던 ‘여야 노선갈등’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한 북한의 비난을 계기로 북한과 야당간의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야당과 청와대의 입장 및 반응을 정리해 본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이회창총재에 대한 북한측의 비난에 대해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12일 총재단 회의가 끝난 뒤 성명을 내고 “이총재의 국회연설을 트집잡아 폭언을 퍼붓는 모습에서 과연 북한측이 진정한 평화통일 의지를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과 이총재의 굳건한 신념은 평화통일이며 정부의 건전한 남북정책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의지를 누차 밝힌 바 있다”며 “국회에서 야당총재가 행하는 대표연설까지 문제삼는다면 이는 내정간섭이며 옹졸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북한측의 폭언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갖고 있는 야당총재에 대한 고도의 ‘길들이기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날 국회 통일 외교 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조웅규(曺雄奎)의원 등은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정부가 대북협상에서 얼마나 저자세를 보였으면 야당총재에 대해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느냐”고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도 함께 비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북한 일반에 대한 공격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북한의 ‘이총재 때리기’는 참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 같은 반발이 북한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애쓰는 표정이었다.

▼청와대▼

청와대는 이총재에 대한 북한의 비난과 관련해 1차적으로는 북한의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의 야당총재 비난은 국론분열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그 경우 부담은 고스란히 정부의 몫이 된다는 판단 때문.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총재가 남북화해무드 조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같은 불만을 “남북관계가 좋아야 이총재에게도 좋다”는 말로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남북간에 교류협력이 진전되면 국민은 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에 도움이 되는 지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빌리 브란트 전 서독총리의 동방정책에 대해 헬무트 콜 전총리가 딴지를 걸었지만 뒷날 통일의 영광은 콜 전총리가 차지했다”면서 “이총재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이 진척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이 스스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만 되면 남북교류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전돼 냉전적 사고가 더 이상 자리잡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총재는 차기 대통령을 ‘떼어논 당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큰 코 다칠 것”이라는 경고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최영묵·공종식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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