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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1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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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부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들간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정빈(李廷彬)외교부장관은 미국측이 통보해 온 SOFA 개정협상안을 공개했다.
이장관은 “미국측은 미군 피의자의 신병이 한국 사법기관에 인도된 뒤 법적 권리에 중대한 침해를 당할 경우 주한미군사령관이 미군 피의자의 신병인도를 요구하고, 이를 인도하지 않을 경우 SOFA 규정의 효력을 정지시킨다는 안을 우리측에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이같은 미국측 안은 미군 피의자의 법적 권리 침해 여부를 미국측이 판단하고, 이를 한국측이 수용하지 못할 경우 한국의 재판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여서, 현행 SOFA 협정을 ‘개악(改惡)’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장관은 또 “미국측은 중대 범죄의 경우 한국측의 요구대로 피의자 인도시점을 ‘유죄 확정후’에서 ‘검찰 기소시점’으로 앞당기는 대신 경범죄에 대해서는 한국이 재판관할권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측은 중대 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병인도 시점을 앞당기는 조건으로 △재판권행사 대상 중대 범죄의 리스트화 △피의자 대질신문권 보장 △미결 피의자 구금시설의 인권보호 강화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장관의 브리핑이 끝나자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한국의 주권과 사법체계를 전면 부정한 요구사항으로 불평등의 극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일부 의원들은 “그 정도의 안이라면 차라리 SOFA 개정 협상을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한 의원은 “하도 어이가 없고 창피스러워 모멸감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장관은 “아직은 시안일 뿐인 만큼 내용이 공개되면 불필요한 반미감정만 불러일으킨다”고 의원들에게 대외비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의 이같은 요구수준을 감안할 때 향후 열릴 한미간 SOFA 개정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윤영찬·부형권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