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임명안 표결 스케치]자민련 끝내 표결 불참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35분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 6명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은 여야 의원들간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투표가 실시됐으나 ‘이변’없이 전원 가결됐다.

○…표결 결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부결 대상’으로 지목한 강신욱(姜信旭) 박재윤(朴在允)후보에 대한 부(否)표가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히 많아 여야 의원들은“나름대로성과가 없지 않았다”고 자평.

유일한 검찰출신으로 ‘강기훈씨 유서대필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강후보는 69표의 부표를 얻었고 삼성SDS에 대해 참여연대가 제기한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던 박후보는 67표의 부표를 받아 20표 내외에 그친 다른 후보들과 대조.

결과에 대해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시민단체들이 부결을 요구했던 후보들을 탈락시키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으나 중진이나 장년층 의원들은 “무난하게 마무리됐다”고 만족감을 표시.

○…표결에 앞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대법관 후보들에 대한 총의를 모으려 했으나 몇몇 의원들이 일부 대법관후보에 대해 끝까지 문제를 제기해 긴장감이 감돌기도. 민주당 의총에서 조순형(趙舜衡)의원은 “강, 박후보 등 2명은 참여연대 등 많은 시민단체가 ‘이 시대의 대법관으로 부적합하다’고 평가했다”며 “두 후보는 과거 수사나 판결에 있어 반인권적 성향을 보였고 국가권력의 위법 부당함을 묵인했다”고 반대입장을 공개표명.

이에 정균환(鄭均桓)총무는 “실질적으로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대통령의 임명으로 받아들이는 쪽이 많은데 만일 일부가 낙마한다면 엄청난 부담이 올 것”이라며 찬성투표를 유도.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모을 방침이었으나 “상식선에서 판단해 자유의사에 따라 투표하자”는 의견이 주류를 이뤄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기기로 결정.

대법관 인사청문회 야당간사였던 이재오(李在五)의원은 “6명의 후보 중 누가 좋다거나 나쁘다는 등의 차이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정치권력의 외압으로부터 소신을 갖고 자유로운 판결을 내릴 수 있을지 여부는 확언하기 힘들었다”고 부연.

자민련은 오후 국회총무실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대법관 임명동의안 표결에 불참키로 한 기존 당론을 재확인. 그러나 강창희(姜昌熙)의원은 “대법관 임명동의안의 경우 표결 불참은 명분이든, 실리든 의미가 없다”며 참여를 주장했으나 대다수 의원들이 기존 당론의 고수를 주장해 결국 표결에 불참.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대법관 임명동의 표결결과▼

후 보

찬성

반대

기권

무효

총투표

이규홍

219

22

9

2

252

이강국

218

22

10

2

손지열

224

20

7

1

박재윤

170

67

12

3

강신욱

178

69

3

2

배기원

222

21

5

4

▼인사청문회 투표에 영향 미쳤을까▼

16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처음 도입된 이후 의원들의 실제 투표 행위는 얼마만큼 달라졌을까. 이한동(李漢東)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의 경우 여야가 당론을 미리 정해 표단속을 했기 때문에 청문회와 투표와의 상관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따라서 사실상 자유투표가 이뤄진 대법관후보 동의안에 대한 10일 투표가 바로미터인 셈.

그럼에도 인사청문회가 없었던 15대 국회와 비교할 때 이날 투표는 인사청문회 실시에 따른 ‘의미 있는 변화’를 반영하지는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법관후보 7명에 대한 동의안 투표가 실시된 15대 국회의 평균 득표율은 83.6%로 부결된 후보는 한명도 없었다.

변재승(邊在承)대법관이 95.4%로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고 조무제(趙武濟)대법관이 70.8%로 가장 낮았다.

10일 투표 결과는 참여연대에서 반대인사로 지목한 박재윤(朴在允) 강신욱(姜信旭)후보가 각각 67.5%와 70.6%의 득표율로 다른 후보의 득표율보다는 낮았지만 ‘충격적인’ 결과는 아니었다. 또 전체 대법관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도 81.4%로 15대 국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두 후보를 제외한 다른 4명의 대법관 후보는 찬성 혹은 반대표 수가 거의 일정해 의원들이 기표소에서 사실상 일괄투표를 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의원들이 박재윤 강신욱후보에 대해서만 찬반 여부를 잠시 고민한 뒤 나머지 후보들에 대해서는 깊은 생각 없이 표결했다는 지적들이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인사청문회 유무에 따른 대법관 후보 동의안 득표율 비교▼

후보

15대국회 평균(7명)

이규홍

이강국

손지열

박재윤

강신욱

배기원

득표율(%)

83.6

86.9

86.5

88.9

67.5

70.6

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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