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서리 인사청문회 표정]간간이 호탕한 웃음도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엄청나시네. 그런 걸 다 찾아내셨네.”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의 검증대에 선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서리는 시종 얼굴에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간간이 호탕한 웃음도 선보이며 여유를 과시했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국무총리로서, 나아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듯한 태도였다.

이총리서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경륜과 능력을 부각하려 애를 썼다. 특히 모두발언에서 그는 “고교 시절 1년반동안 꽁보리밥 두끼로 배를 채우며 학교를 다녔고…”라고 성장 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가훈인 ‘덕필유린(德必有隣·덕이 있으면 항상 이웃이 있다)’을 인용하기도 했다.

답변 과정에서도 그는 “이 문제는 답변 시간을 좀더 달라”며 충분한 해명과 능력 부각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다. ‘경제 분야의 식견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고등고시에서도 경제학을 택했고 우수한 성적이었다”고 답했고 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이총리서리의 보수론의 상충 가능성에 대해 “오히려 실효성있는 정책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산 문제에 대해선 “뭐가 문제인가. 이상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나와는 관계가 없는 사안이다”고 간간이 하대(下待)하는 듯한 언사까지 사용하며 단호하게 잘랐다. 이 때문에 야당측으로부터 “총리 후보로서 너무 무례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사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선 법 논리도 동원했다. 명의신탁 의혹에 대해 “법에서는 부부간 가족간에 명의신탁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농지 불법 매입 의혹에는 “몰랐던 일이고 고의가 없으니까 책임질 일이 아니다”고 대응했다.

또 답변이 다소 궁색해지면 농담을 던지거나 ‘궤변’으로 들릴 만한 답변으로 능수능란하게 넘어갔다.

‘분수림 계약권리를 장학회에 넘긴 것은 재산 축소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추궁에 그는 “그런 재산 가치가 있는 것을 알았다면 장학회에 내놓을 때 한번 생각해 볼 걸 그랬다”고 받아쳤다. ‘말 바꾸기’에 대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아니냐. 생각하는 갈대가 환경에 적응해 가려면 말을 바꾸는 경우도 있게 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지만 세 살 때 생각이 여든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며 명언이나 속담을 ‘자기 식’대로 인용하기도 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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