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제재 완화"에 北 "미사일 유예" 화답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것과 병행해 북한과 미국 사이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미국이 19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 이행조치를 발표하고 북한을 더 이상 ‘불량배 국가(rogue state)’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밝히자 북한은 21일 지난해 9월에 발표한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가 유효하다는 선언으로 화답했다. 북한은 특히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가 워싱턴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를 위해 현재 진행중인 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까지 했다.

북한의 반응에 대해 미 국무부의 필립 리커 대변인도 “북한의 조치를 환영한다”며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곧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베를린 회담에서 당시 북한이 추진하고 있던 대포동 미사일의 추가 시험발사를 유예하는 대신에 미국이 반세기 동안 지속된 대북 제재를 완화키로 했던 양국간 합의가 안정적인 이행단계에 진입했다.

이에 앞서 양국은 지난달 로마 회담에서 북한 미사일의 개발 생산 수출 등을 중단하는 데 관한 협상을 곧 재개하고 1994년 북한 핵 동결에 관한 제네바 합의의 이행방안에 관한 협상도 시작키로 합의한 바 있다.

양국은 이와는 별도로 한국전쟁 기간 중 북한 지역에서 실종 또는 사망한 미군병사의 유해발굴 및 미국 송환에 관한 협상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 현재 북-미간에는 북한이 주장하는 주한미군철수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 등 안보 이슈를 제외한 대부분의 현안이 대화 테이블에 올라 있는 상태다.

물론 이같은 대화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그러나 북한은 대미관계 개선을 최고의 외교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당분간은 미국을 자극할 만한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 외교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차관을 얻기 위해선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는 것이 필수적인 만큼 북한이 과거처럼 무분별한 테러를 저지를 개연성도 상당히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전면적인 경제제재 해제를 받아내기 위해선 양국 사이에 또 다른 흥정과 줄다리기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화 국면을 깨지 않는다는 상호 이해 하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