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김정일 美-日비판 한마디도 없었다"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12분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은 지금까지 북한이 대외 협상 때마다 상투적으로 해 온 미국 일본에 대한 비판을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 중에는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수행했던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9일 “김위원장이 예상과 달리 미국과 일본에 대한 비판이나 부정적인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이는 북한의 향후 대외 정책의 변화를 암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김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물론 남측 수행원들과 대화할 때도 미일에 대해서는 극히 조심스럽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는 것.

이를 놓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미일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남북한 모두에 유리하다”고 집요하게 설득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주한 미군 문제에 대해서도 정작 김위원장은 직접 철수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미 일 3국 공조가 군사 동맹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한 정도였다는 후문.

이는 김대통령이 회담에서 “주한 미군은 동북아 전체의 세력 균형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대한 주한 미군의 견제 기능을 지적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한 미군 문제에 대한 북한의 내부 입장이 유연해졌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나 김위원장이 직접 이런 태도를 보여줬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앞으로 미국 일본과 수교 등 본격적인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로 봐도 될 것 같다”면서 “황원탁(黃源卓)대통령외교안보수석이 미국 일본에 이런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