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선언]외교-군사권한 별도보유 추진 합의

  • 입력 2000년 6월 15일 15시 19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단계로 외교와 군사에 관한 권한을 연합(연방) 정부가 아니라 지금처럼 각각 남북의 '지방정부'가 갖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이 15일 밝혔다.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은 남북공동선언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남측의 '연합' 제안은 '컨페더레이션'(Confederation),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은 '루스 폼 오브페더레이션'(Loose Form of Federation)으로 각각 정리해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북측은 지금까지 중앙정부에서 외교와 군사에 관한 권한을 갖는 연방제를 주장해왔다.

두 정상은 14일 오후 회담에서 이 부분에 대해 집중 토론을 벌였으나 중앙정부가 외교와 군사에 관한 권한을 갖는 것은 국제기구 가입 등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남측의 주장을 북측이 받아들여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의 이런 합의는 이념과 체제는 물론이고 외교와 군사에 관한 권한을 남북이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남측과 북측의 통일방안이 급속히 접근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로간에 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는데 여기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고 박대변인이 전했다.

박대변인은 "이런 김대통령의 언급과 두 정상의 논의를 통해 남북간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박대변인은 "8·15 이산가족 상봉과 비전향 장기수문제는 연계된 것이 아니라 이산가족 문제부터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이 북측에 전달해 달라고 요구한 현안에 대해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의견을 밝혔으며, 어떻게 표현을 했는지는 적절한 시기에 김대통령이 직접 밝히게 될 것이라고 박대변인이 전했다.

김대통령은 귀국 즉시 황원탁(黃源卓)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비서관을 곧바로 미국에 보내 이번 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기로 했으며, 일본에도 정부 관계자를 파견할 계획이다.

김대통령은 김위원장에 대해 "세계 역사의 조류를 많이 알고 있었으며, 문제에 대해 납득이 되면 금방 수용하는 등 뭔가를 이루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해 이번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평양을 떠나면서 인사말을 통해 "두 사람이 합의한 평양 선언은 화해와 협력의 새시대를 향한 첫 걸음"이라며 "민족을 위한 역사적 결단에 기꺼이 협력해 주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로써 남과 북은 지금까지의 대결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서로 협력해서 민족의 운명을 함께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앞으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자주 만나 모든 문제를 상의해서 풀어나갈 결심"이라며 "불가능해 보였던 남북정상회담을 이뤄냈듯이 남과 북이 마음과 정성을 다한다면 통일의 날도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북녘 동포 여러분이 보여주신 민족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통일을 향한 의지와 열정을 남녘 동포들에게 그대로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은 상호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상대방을 위협하는 행위를 자제하기로 함으로써 한반도의 불안정에 대한 세계인의 우려를 해소하는데 기여했다고 남측 대표단이 해설자료를 통해 밝혔다.

남측 대표단은 "김대통령은 김위원장에게 미사일 문제 조기 해결 등 관계국가와의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여 주변국가와의 관계 정상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며 "이번 공동선언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참여.협력하게 됨으로써 동북아 불안정 요소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후속조처로 조속한 시일안에 남북 당국간 회담을 개최하여 이번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했으며, 대표단 구성에 착수하고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준비를 하기로 했다.

또 남북 연락사무소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연락사무소 조직과 기능을 정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상호 군사적인 돌발사태 예방을 위해 군사직통전화 개설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남북경협은 북측의 수용여건과 남측의 능력범위 안에서 상호주의와 점진주의 원칙을 적용해 실천가능한 사업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 경의선 철도 연결과 임진강 수방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제분야에서는 청산결제와 투자보장 등 남북경제협력의 제도적 인프라에 대한 남측 방안을 마련해 북측에 제시하기로 했다.

특히 민간차원의 '남북경협 기업협의체'를 활성화하고 이들의 건의를 참고해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문화 예술 체육 등 사회문화분야 협력은 관련단체 및 민간이 정부와 협조하면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고, 특히 체육분야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공동입장, 2001년 세계탁구대회 단일팀 구성,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 북측대표단 참가, 2002년 월드컵 분산개최 및 단일팀 구성, 경평축구대회 부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휴전선 일대에서 말라리아 콜레라 공동방제 추진 등 민족공동이익의 입장에서 보건-환경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평양=공동취재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