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全大 미룰까…당지도부 10월 연기론 흘려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9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경선으로 최고위원을 선출해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여권의 방침에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느껴지고 있다.

최근 들어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등 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당대회 10월 연기론이 기류 변화를 보여주는 단초. 특히 남궁진(南宮鎭)대통령정무수석은 “당헌상 10월말 이전까지 전당대회를 열면 된다”고 대회 연기가능성을 암시해 여권 내부적으로는 ‘10월 연기론’이 세를 얻어가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연기론자들의 논거는 “9월에 정기국회가 열리는 만큼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 그러나 10월도 정기국회 회기중이긴 마찬가지여서 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당내 일반의원들도 “국회 때문이라면 오히려 8월로 앞당겨야 한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도부가 ‘10월 연기론’을 흘리는 것은 말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실토다. 한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자민련과의 합당문제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전당대회 연기론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이번에 합당문제를 끝내지 않으면 합당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며 “합당이 안되면 향후 대선 국면에서 충청권의 향배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연기해서라도 합당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 놓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 경우 9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을 전제로 당내 구도를 설계해 오던 중진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기에다 초선그룹을 중심으로 자민련과의 합당에 부정적인 견해도 많아 전당대회 연기문제가 공론화할 경우 격렬한 논란이 예상된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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