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총리 사표수리]총리실"의욕 대단했는데…" 침통

  • 입력 2000년 5월 19일 19시 48분


총리실은 ‘장수’를 기대했던 박태준(朴泰俊)총리가 ‘부동산 명의신탁’이라는 불의의 일격을 맞고 취임 128일 만인 19일 조기 퇴진하자 종일 침통한 분위기였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총리가 16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장관들을 질책하며 경제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욕을 보였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시.

이날 오전 11시반 1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박총리의 이임식은 총리의 이임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탓인지 200여명의 청사 간부들만 참석. 박총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약 5분간에 걸쳐 이임사를 읽어내려 갔다.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보좌했는데…”라며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아쉬움을 표현.

총리직무대행으로 선임된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은 방송 녹화일정 때문에 불참. 이임식이 끝난 뒤 총리실 간부들과 청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하던 박총리는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로부터 위로 전화를 받기도.

○…박총리는 명의신탁 부동산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있었던 17일 밤 공관에서 열린 심야회의에서 “나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는 말로 이미 사퇴의사를 비쳤다는 후문.

박총리는 또 소송원고인 조창선씨와 안원모 변호사, 부인 장옥자(張玉子)여사를 공관으로 부른 뒤 부인에게 “여보, 나도 좀 압시다”라며 사건 전말에 대해 물었고 장여사는 “조씨가 너무 억울하다고 소송을 내겠다고 해 그것까지 말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는 전언.

박총리는 그러나 18일 밤 언론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날 밤 공관에서 한광옥(韓光玉)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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