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政爭초연 정국구상]野와 손잡고 '큰정치' 추진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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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총선을 기점으로 확연히 유화(宥和) 포용 노선으로 기울고 있다. 내정에도 이른바 ‘햇볕정책’을 펴는 분위기다.

특히 집권 초반 여권 핵심부에서 ‘이회창(李會昌) 배제론’이 거침없이 제기됐던 분위기를 감안하면 최근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입에서 “이총재가 차기에 집권해도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는 말까지 흘러나오는 상황 변화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정도다.

물론 이 같은 여권 핵심부의 인식 변화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여소야대’라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즉 단기적으로 정치판 흔들기 등을 통해 여소야대 상황을 작위적으로 뒤집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장기적 측면에서 더 큰 함의(含意)는 여권이 ‘상당한 선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남표 결집의 벽을 넘을 수 없는 점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번 총선 결과는 결국 현 정권이 출범 이후 추진해온 ‘동진(東進)정책’이나 ‘지역연합론’이 상당 부분 허상이었음을 재확인해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같은 상황 인식에 바탕해 총선 직후 여권 내부에서는 “현실에 개입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정쟁초연, 국정전념’을 여러 채널로 김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국가적 어젠더에 진력하면 결국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란 김대통령의 생각도 이 같은 기조 설정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핵심 관계자들은 전한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의 극복과 남북관계의 진전이라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정쟁에서 파생된 ‘흠집’들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모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는 것.

이 같은 정국 환경 변화에 대해 야권은 아직도 ‘전술적 후퇴’가 아니냐는 의구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황 변화를 틈타 여권이 또다시 ‘정치술수’를 발휘하려 할지 모른다는 우려다. 그러나 현실 여건을 감안하면 여권이 현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운 형편. 따라서 정국의 유화 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보다 적정할 것 같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눈에 드는 노무현

‘차기 대권 경쟁구도 활성화’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이미 차기주자 이미지를 확고히 한 이인제(李仁濟)고문 이외의 대안주자들, 그 중에서도 노무현(盧武鉉·사진)의원에 대한 관심이 작지 않다.

노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안타깝다”는 내용의 메일이 수천건 답지했을 만큼 대중적 인기가 만만치 않다. 본인도 “차기 대권에 뜻이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원외라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 이와 관련, 노의원의 주변에선 △6, 7월경으로 예상되는 내각개편 때 역할 모색 △수도권 보궐선거 출마 △9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 도전 등의 방안이 다양하게 거론돼 왔다.

이 중 특히 ‘입각 방안’은 여권 내부에서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노의원을 입각시켜 ‘경력관리’를 해줌으로써 차기 경쟁에 당당하게 합류토록 해야 한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구상 중 하나라는 것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눈밖에 난 김성재

4월말 물의를 빚었던 김성재(金聖在)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의 지역감정 발언에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언짢은 심사를 풀지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교체 가능성이 강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수석 발언의 요지는 ‘호남의 단결과 영남의 단결을 같은 싹쓸이로 보는 양비론(兩非論)은 잘못됐다’는 것. 호남 차별의 아픔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김대통령은 최근 한 여권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학자로서는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수석비서관으로서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며 화를 냈다는 후문. 김대통령은 특히 ‘4·13’ 총선 결과에 대해 영남권 주민 스스로 부담스러워하고 있는데 김수석이 엉뚱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분위기를 흐렸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김수석은 김대통령의 이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며칠 전 한 일간신문에 ‘지역차별의 아픔을 아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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