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자들은 무엇보다 먼저 꼽는 패인은 ‘변화거부’ 자세. 97년 정권교체 이후 나타난 정치권의 거센 흐름을 읽지 못하고 지역주의 등에 안주하려는 태도에서 패배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것. 이 때문에 자민련이 표방한 ‘신보수’는 ‘수구’로 비쳐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충청권의 이탈, 나아가 서울에서 얻은 표가 18만여표에 불과했다는 사실에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한 당직자는 “나도 ‘신보수’가 뭔지 모르는 판”이라며 “구태(舊態)를 불식시키지 못하면서 충청권이 언제고 ‘텃밭’으로 남아있기를 기대한 게 패착이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자성론은 JP가 15일 서울 청구동 자택을 찾은 당직자들에게 얘기한 ‘맹수론’과도 무관치 않다. JP는 “유권자는 맹수와 같아 물 주고 밥 주는 사육사도 잠깐 한 눈 팔면 물어뜯어 버린다”는 트루먼 전 미국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물론 이 얘기가 자성론인지의 여부는 분명치 않다.
어쨌든 JP는 “숫자가 적다고 할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재기 의지를 다졌다고 당직자들은 전했다. JP는 16일 자택을 벗어나 어디론가 외출을 다녀왔다. 갑갑한 심사를 달래기 위한 나들이였다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JP가 내릴 모종의 결단에 쏠려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