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장관 일문일답]"北 정상회담 확고한 의지 확인"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0분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정상회담개최에 대해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북한은 문제가 됐던 현안에 대해서도 양보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왜 문화관광부장관이 대통령 특사를 맡았나.

“처음에는 통일부장관이 맡아야 한다고 대통령께 건의했다. 그러나 대통령께서는 통일부에서 일을 처리할 경우 회담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 공개될 수 있다며 내가 맡아야 한다고 했다.”

▼비행기 예약때 英文이름 속여▼

―보안은 어떻게 유지했나.

“3월17일 상하이에 갔을 때에는 주변에 휴가간다고 얘기했다. 비서실에도 몸이 불편해 이틀 정도 입원하면서 체크를 받는다고 했다. 비행기예약도 영문이름을 ‘Jiewon(지원)’ 대신 ‘Jeiwon(제원)’이라고 썼다. 그리고 공항에서 영문표기가 잘못됐다며 수정했다. 베이징에 갈 때는 집 전화번호를 바꾸고 휴대전화도 꺼버렸다.”

―도중에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나.

“비행기에서 화장실을 갈 때도 주변 사람들이 눈을 감고 있는지 확인했다. 공항에서도 구석에서 벽만 보고 서 있다가 비행기를 탔다. 다만 귀국 당시 우리 관광객들이 나를 알아보고 ‘중국사람들은 한국장관을 이렇게밖에 대접하지 않느냐’고 말하기에 개인 일로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호경, 김정일 신임받는듯▼

―송호경특사와의 협상은 어땠나.

“송특사는 매우 합리적이고 진실한 인물이었다. 또 김정일국방위원장의 특별한 신임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국방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침을 내려받는 위치에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도 장관급 인물이라고 한다.”

―북한은 협상과정에서 어떤 분야에 관심을 보였나.

“북한은 경협에 대해 우리 언론 보도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북한특수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랍처럼 석유가 나는 것도 아닌데 뭐가 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내가 ‘지금 남한은 경공업 분야가 어렵다. 북한의 노동력을 이용해서 중국에 수출하면 가격경쟁력도 있다. 남북한에 윈윈전략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더니 납득하더라.”

―상호편의주의 전례가 있나.

“과거에도 있다고 하더라. 그렇지 않으면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 사실 우리는 ‘김대중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김국방위원장이 초청해서’라는 표현을 쓰려고 했으나 북측이 그렇게 결정했다.”

―최고위급회담 상대는 김국방위원장이 확실한가. 북한 헌법상 최고위급은 김영남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이다.

“북측을 설득, 김국방위원장 이름을 명기하도록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김대통령이 김영남상임위원장을 면담할 수도 있다.”

▼신북풍이 아니라 남풍이다▼

―발표시점과 관련해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절대 아니다. 사실 북한측에서 총선과 관련해 시기를 물어오기에 우리가 ‘김대통령은 북한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을 기본철학으로 삼은 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총선을 의식했다면 3월부터 접촉했을 것이다. 신북풍이라는 소리도 있는데 이번 회담은 평화주의에 따른 ‘남풍’이다.”

<공종식·이정은기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