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만일 대비" 경계강화…北 도발징후는 안보여

  • 입력 2000년 3월 23일 23시 43분


군 당국은 북한이 23일 서해 5도에 대한 ‘통항 질서’를 선포하자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조선인민군 해군사령부 중대 보도’가 나오자마자 김종환(金鍾煥·육군중장)국방부 정책보좌관과 정영진(丁永振·육군중장)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대책회의를 가진 것.

이들은 최근 북한 동향과 발표 배경을 분석한 뒤 북한군이 서해상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서해 5도 군부대에 경계강화 지시를 내리는 한편 연합군 사령부와도 긴밀히 협의키로 의견을 모았다.

북한이 연평해전 이후 99년 하계훈련과 올 초 동계훈련을 강화하면서 특히 서해에서의 해군 기동훈련을 늘린 건 사실이다. 연평해전에서 패한 데 대해 강력한 보복의지를 밝힌 대남 보도만도 460여 차례에 이른다는 게 합참의 설명.

그러나 서해를 중심으로 북한군 동향을 살펴본 결과 아직까지 NLL을 침범하거나 우리 선박을 납치하는 등 도발을 감행하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군부대에도 경계강화 지시만 내렸을 뿐 비상령을 발동하는 식의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

북한이 ‘5개 섬 통항 질서’ 내용대로 서해 5도 주변의 수역과 수로 및 영공을 통제하려면 해군력과 공군력은 물론 지상 화력을 증강 배치해야 하는데 합참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징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9월의 새 해상경계선 선포(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성명)와 달리 북한군 해군사령부 명의로 돼 있는데 이 역시 실제 도발 의사보다는 적당한 수준의 긴장을 조성하려는 대내외용 선전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합참은 분석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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