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신인 악전고투]"법 틈새비집고 얼굴알려라"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6분


16대 총선에 출마하는 정치신인들은 얼굴조차 제대로 알릴 수 없는 선거법의 제약을 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먼저 이름 알리기 아이디어. 무소속뿐만 아니라 정당 공천자도 지구당 창당대회를 하기 전에는 이름이 들어간 간판을 걸 수 없어 간판을 달기 전 대형현수막으로 유권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후보들이 속출.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서울 양천갑)후보는 지구당 건물 벽에 10여일간 ‘○○○입니다. 곧 만나 뵙겠습니다’는 대형현수막을 걸었다가 지구당 창당대회 후에 이름이 들어간 간판으로 교체. 전북 익산에서 무소속 출마 예정인 황세연(黃世淵)씨는 ‘? 누구일까요’라는 대형현수막을 사무실 건물 벽에 걸어놓고 있는 중.

○…유명인의 인기에 편승하는 것도 신인들의 얼굴 알리기 방법. 민주당 이승엽(李承燁·서울 동작갑)후보는 홈런왕 이승엽과 이름이 같다는 점을 이용, 야구유니폼을 입고 지지자들과 함께 시장 등을 누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자민련 유지준(柳志浚·서울 금천)후보는 나비넥타이로 유명한 대학스승 김동길(金東吉)박사와 자신이 긴넥타이와 나비넥타이를 바꿔 맨 사진을 지구당 건물 외벽에 걸개그림으로 내걸었다.

○…이웃 선거구 후보와 ‘패키지전략’을 구사하는 신인들도 있다. 수원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장안) 신현태(申鉉泰·권선)후보는 남경필(南景弼·팔달)의원과 지구당 차량을 모두 진록색으로 통일, 셋이 함께 각종 행사에 참가하는가 하면 산업단지 유치 등 공약도 공동개발해 발표. 민주당 함승희(咸承熙·서울 노원갑)후보는 의정보고회를 통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 같은 당의 시의원 구의원 의정보고회에 참석, 얼굴을 알리고 있다.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서울 강남을)후보는 매일 저녁 오락실을 돌며 젊은이들과 DDR를 함께 하는가 하면 참모들과 3인조 농구팀을 만들어 길거리 농구를 하는 등 20대 유권자 공략에 힘쓰기도. 민주당 이상철(李相哲·경기 성남분당을)후보는 한통프리텔사장 출신이라는 전문적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각종 행사 때마다 사이버 영상물을 방영 중.

○…민국당 권기균(權奇鈞·서울 영등포갑)후보는 얼굴사진이 든 명함을 가슴에 달고 ‘정치1학년’이라며 지역을 순방. 민주노동당 이상현(李尙炫·서울 노원갑)후보는 당원들로 ‘정치개혁실천축구단’을 만들어 지역구 내 조기축구회와 순회 친선경기를 갖는가 하면 택시노조들과 연대해 ‘택시선봉대’를 발족시키기도.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