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선언후속대책]"北당국 요청 있어야 지원 나선다"

  • 입력 2000년 3월 10일 19시 21분


정부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베를린선언’ 후속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측으로부터 반응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주로 일방적인 대북 제의가 많아 북한의 수용여부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당국의 요청이 있을 때’ 지원에 나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이쪽에서도 어떤 구체적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돼 있는 것.

게다가 급진전 기미를 보이고 있는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 움직임도 실은 고민거리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 대해 ‘바람직하다’며 권장해 왔다. 당장 이같은 기조에 변화가 오지는 않겠지만 북-미, 북-일 관계가 활성화되는 가운데 한국정부만 처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 정부로서는 부담스럽다. 아무래도 북한이 미국,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우선시하는 과정에서 김대통령의 ‘베를린선언’에 대한 대응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내부적으로도 혼선이 없지 않다. 김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남북경제공동체 구성을 위한 국책연구기관 간 협의에 대한 북한측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베를린선언’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자율권과 결정권이 취약한 남북 국책연구기관 협의구상이 표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측의 반응을 유심히 보아가면서 ‘베를린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반응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며 “내부적으로도 부처 간 의견조율을 거쳐 경협활성화대책 등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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