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자가 해결사인가?…"현안 해결해달라" 요구 봇물

  • 입력 2000년 3월 10일 19시 21분


총선분위기를 틈타 전국 곳곳에서 집단민원이 폭발하고 있다.

4·13총선을 앞두고 행정당국이나 총선출마자들을 압박해 민원을 해결하려는 이른바 ‘총선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9일 제주에선 우근민(禹瑾敏)지사가 시위대에서 날아온 사무용 집기에 맞아 이마가 찢어지는 불상사가 빚어지기도 했다.

▼공약으로 채택강요▼

민원을 제기한 단체들은 시위에 그치지 않는다. 총선 출마자들에게 지역 현안에 대한 공개질의를 한 뒤 답변내용에 따라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심지어 민원해결을 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주도 개인택시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 600여명은 10일 오전 도청 옆 신제주로터리 광장에서 개인택시면허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이틀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그동안 건의서 제출 등 비교적 합리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펴왔으나 9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우지사에게 집기를 던지는 등 최근 과격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회원 1000여명도 최근 제주도청 앞에서 감귤가격 폭락과 당근값 하락에 따른 당국의 대책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광주 남구 대촌동 효덕동 송암동 주민들로 구성된 광주 광역쓰레기매립장 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광주시청 앞에서 매립장 설치 반대 시위를 벌인데 이어 15일 다시 대규모 집회를 갖기로 했다.

▼공개질의서 발송▼

이들은 또 광주시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매립장 부지를 일방적으로 선정했다며 남구 지역 출마예상자 4명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키로 했다.

매립장반대투쟁위원회 관계자는 “현역 의원이 그동안 지역민원을 해결하는데 소홀했다”며 “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원 영월댐 건설문제와 관련, 영월댐백지화투쟁위원회는 지난달말 영월 평창지역 출마 예상자 8명에게 영월댐 건설 찬반여부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또 이 단체와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영월군 수몰주민배상투쟁위원회도 최근 출마예상자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유권자 이기주의 많아▼

양측은 출마 예상자들의 답변내용에 따라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지역 출마자인 A씨는 “지역의 쟁점에 대해 의견을 묻는 것은 좋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은 유권자 이기주의”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의 ‘호남고속철도 기점역 오송 유치 추진위원회’는 도내 출마자가 확정되는 대로 이들에게 충북도의 현안인 △호남고속철도 기점역 오송(충북 청원군)유치 △문장대온천 개발저지 △달천댐 건설반대 등 3개항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전남대 송인성(宋仁城·지역개발)교수는 “진정한 민주화 사회로 가기 위해선 유권자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선거를 틈타 직접 민원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후보자들의 지역현안에 대한 시각과 정책방향 등을 꼼꼼히 따져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제주·광주〓최창순·임재영·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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