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지역감정' 발언 속셈]충청권 다잡고 TK틈새 노리기

  • 입력 2000년 3월 3일 19시 17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지역감정 DJ책임론’ 제기는 이번 총선을 일찍부터 지역감정논란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JP의 발언이 나오자 각 정당의 중앙당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해득실을 가늠하느라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3일 각 당의 지역행사에서는 청중 선동 발언이 난무하는 등 ‘지역표몰이’를 통한 총선전은 이미연쇄반응을 보이며 고삐가 풀려 가는 양상이다.

JP의 발언도 결국 따지고 보면 충청권 표를 확실하게 결집시키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의 논산-금산 출마 등 곳곳에서 ‘위기경보’가 울리자 초조해져 ‘극약처방’을 내렸다는 것.

나아가 JP 발언은 교묘하게 계산된 다목적용 냄새가 짙다. DJ를 정면 공격, 대립노선을 분명히 해 충청권의 표결집과 동시에 영남권, 특히 대구 경북(TK)에서 한나라당의 대안으로서 ‘틈새’를 노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JP가 사실을 왜곡, “호남에서 유세할 땐 돌멩이가 날아 왔지만 영남에선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의도된 실수’라는 시각이 많다. 이같은 JP 발언에 대해 민주당 한나라당 민국당 등 다른 3당의 반응은 매우 미묘하다. 우선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민주당이 공식적으론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 속으론 끓고 있으면서도 ‘침묵’하는 이유는 이번 선거전에서 지역바람이 강하게 불 경우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계산 때문. 이는 DJ캠프가 예나 지금이나 “소수파로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은 자해행위”라는 입장을 취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당장 “백번 옳은 지적”이라고 맞장구를 치면서도 향후 여파에 대해선 득실 계산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영남권에서 ‘반DJ 정서’가 확산되고 수도권까지 그 여파가 미치는 것은 해로울 리 없지만 충청권이 JP표로 뭉치는 것은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민국당은 한발짝 비켜서는 태도다. ‘영남당’이라는 규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터에 이번 공방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이롭지 않다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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