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여야 공천]계파실세들 "왜 우리만…"저항

  • 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2분


16대 총선 공천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여야 모두 극심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과거 총선 때도 이같은 진통이 으레 뒤따르기 마련이었지만 이번의 경우 그런 ‘관행적’ 진통으로 보아 넘기기가 어렵다. 이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모두 이미 국민적 컨센서스로 형성된 ‘공천혁명’ ‘정치개혁’에 대해 나름대로 철석같이 약속을 해놓은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 있는 여야 내부의 진통양상을 보면 이같은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진통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고, 따라서 ‘도대체 무엇을 위한 진통이냐’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우선 지적해야 할 대목은 시민단체들의 낙천 낙선운동이 벌써 공염불(空念佛)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는 현실이다. 애당초 시민단체들의 운동에 호의적 시선을 보내지 않았던 한나라당은 물론 강한 어조로 호응을 보였던 민주당의 경우도 결국은 역부족인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여야 모두 정치권 진입을 희망하는 가용자원의 한계 때문에 겪는 진통도 작지 않지만 그보다는 고질적인 ‘구태(舊態)’로 인한 진통이 주류를 이룬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선 민주당의 경우 해묵은 병폐인 ‘밀실-정실공천’이란 비판론에 휩싸여 ‘구태청산’은 이미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들은 공천작업이 늦게 시작됐다는 점이 ‘혼선’의 최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를 털어버리기에는 아무래도 의지도 부족하고 힘도 미치지 않는 현실이다.

호남지역 공천에서 여실히 드러나듯이 이른바 실세들부터 정치나 당의 개혁보다는 눈앞의 측근 챙기기가 더 우선이고 나아가서는 ‘구연(舊緣)’을 털어버릴 수 없는 사정들도 엿보인다. 그래서 이미 ‘환골탈태(換骨奪胎)’가 물 건너갔음을 감지하고 당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나라당이 겪는 진통의 핵심도 현역의원 우선주의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외관상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물갈이의 전제가 되는 당 장악력의 측면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현저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나타나는 양상이 다른 정도다.

즉 한나라당 내의 주된 진통원인은 계파갈등과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지적되고 있지만 공천개혁을 가로막는 주범이라는 점에서 결과론적으로는 민주당과 마찬가지다. ‘계파 나눠먹기’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홍성우(洪性宇)변호사 등 외부인사들을 공천심사위에 참여시킨 이총재의 의지도 갈수록 벽에 부닥쳐 가는 느낌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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