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3당관계]벌어지는 2與…파고드는 한나라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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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1인2표제가 자민련의 반대로 무산됨에 따라 민주당과 자민련은 9일 연합공천과 색깔론 등을 둘러싸고 상대방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사실상 ‘결별의 수순’에 들어갔다. 반면 한나라당은 2여의 파경에 따른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며 틈새를 파고드는 방안을 적극 모색했다.

▼청와대 "자민련 후회할 것" 경고▼

○…청와대와 민주당은 자민련의 공조이탈로 1인2표제가 무산된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연합공천의 무산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자민련이 정당지지도가 낮은 점만 고려해 1인2표제를 반대했으나 판단착오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감정섞인 경고. 민주당도 당6역 회의에서 자민련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뒤 연합공천을 할 의지가 없다는 표시로 받아들이겠다고 단정.

▼"保革구도로 몰자" 색깔공세 강화▼

○…자민련은 이날 당무회의에서 1인2표제를 무산시킨데 대해 “결단이 매우 주효했다”며 2여 파경을 촉구하자는 분위기. 김종학(金鍾學)의원은 “공조문제는 깨끗이 정리해야 하며 당에서 파견된 행정부나 국영기업체 인사들의 소환문제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 권해옥(權海玉)당무위원도 “공조문제와 관련해 U턴을 해서는 당이 살 수 없다”고 가세.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은 “우리당의 기본입장이 조금도 바뀐 것이 없다”며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도 대단히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독려.

▼"정책공조도 더 이상 말자" 강경▼

○…자민련은 이번 총선을 보혁구도로 몰고가면 유리하다는 계산 하에 민주당에 대한 색깔공세를 강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386세대’ 공천움직임과 관련해 색깔론을 제기한 이원범(李元範)의원은 이날도 “수도권에 보수세력을 고사시키기 위해 허인회(許仁會)씨 등을 내세우고 있다”며 “우리의 적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이런 세력들“이라고 주장. 이대행도 “이의원의 국회 발언은 대단히 시의적절하고 전적으로 나의 생각과 같다”고 동조. 그러나 민주당과 허인회씨 등 386세대들은 정면 대응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

○…자민련은 1인2표제 무산을 계기로 완전히 야당같은 분위기로 선회. 한 당직자는 “지난달 27일 헌정수호결의대회에서 이미 야당선언을 한 것”이라고 기염. 특히 정책공조도 더 이상 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

그러나 양당 일각에서 공조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대두. 자민련 이태섭(李台燮)의원 등 수도권 의원들은 최소한의 공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불안한 기색이 역력. 민주당에서도 조세형(趙世衡)의원 등 수도권 의원들은 당지도부에 2여 공조복원을 위한 노력을 주문.

▼"총선후 자민련과 연대 배제안해"▼

○…한나라당은 2여 파경에 따라 전반적으로 수도권의 연합공천 위력은 줄어들지만 충청권과 영남 일부에서 자민련에 대한 지지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 특히 자민련이 총선 전략 차원에서 선명성 경쟁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일단은 총선에서 총력전을 펼치되 총선 이후 자민련과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분위기.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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