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처리 이모저모]자민련 막판 캐스팅보트 위력 발휘

  • 입력 2000년 2월 9일 02시 42분


여야 3당은 선거법 처리시한인 8일 밤12시가 다 돼서야 지루한 힘겨루기를 계속해 왔던 1인1표제와 지역선거구 26석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로 처리했다.

▼ JP 귀국후 黨論 결정 ▼

○…팽팽했던 협상 기류가 급변한 것은 캐스팅 보트를 쥔 자민련이 이날 오후 ‘선거구획정위안(인구 상하한선 9만∼35만명)+1인1표제’로 입장을 정리하면서부터. 자민련안은 민주당이 요구한 선거구획정위안과 한나라당이 고수한 1인1표제를 절충한 것.

당초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석패율제를 뺀 전국단위 1인2표제와 함께 인구상하한선을 9만∼31만명으로 낮추는데 ‘이면합의’했으나 뒤늦게 자민련에 허를 찔린 셈. 한동안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했던 자민련은 이날 오후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일본에서 귀국한 뒤 긴급 소집된 고위당직자 모임에서 이같은 방향으로 당론을 결정.

자민련의 갑작스러운 당론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긴급 회동, “시일이 촉박해 표결처리할 수밖에 없다”는데 합의.

○…이에 앞서 여야 3당은 총무회담을 통해 인구상하한선 9만∼35만명과 1인2표제 수용에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봤지만 한나라당과 자민련 지도부의 추인과정에서 제동.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인2표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한 거부의사를 밝혔으며 또다른 당직자도 “자민련 내에서 1인1표제 지지론자들이 많은데 왜 우리가 1인2표제를 받아야 하느냐”며 반발.

○…여야는 이날밤 9시반경 민주당이 제출한 ‘1인2투표시 투표순서 수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야당을 교란시키려는 음모”라고 반발하자 다시 총무회담을 소집. 그 결과 민주당 수정안 표결 순서를 한나라당의 ‘1인1표제’수정안 이후로 조정키로 하고 11시11분에야 가까스로 본회의를 시작.

이날 안건 표결은 1인2표제와 민간 선거구획정위의 의석 26명 감축안을 기초로 한 민주당 선거법 개정안과 이에 대한 세가지 부분별 수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이 길어지는 바람에 표결에 앞서 차수를 변경. 그리고 회기를 하루 연장한 뒤 밤11시45분 ‘표결방법에 대한 표결’부터 시작해 안건 표결에 착수.

▼ "뭘 표결하는지 모르겠다" ▼

○…이날 선거법 표결은 여야의 당리당략이 엇갈리는데다 시민단체에 떠밀려 마지못해 이뤄진 탓에 온갖 진풍경을 양산. 1개 법안에 대해 부분 수정안이 3개나 나온 것도 드문 일일 뿐만 아니라 ‘표결방법에 대한 표결’까지 복잡한 표결 절차로 인해 의원들이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에게 “무엇을 표결하는지 모르겠다”며 설명을 요구하는 소동.

‘표결방법에 대한 표결’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키로 채택됨에 따라 첫 번째로 한나라당이 제출한 ‘1인1표 수정안’에 대해 전자투표를 실시했으나 의석 곳곳에서 “작동이 되지 않는다” “다시해야 한다”고 항의하는 풍경이 연출. 박의장은 이에 대해 “투표종료후 버튼을 누르면 작동되지 않는다”고 거듭 주의를 환기시키며 투표를 진행.

○…이날 표결결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이 엇갈리는 대목에 대해 자민련이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자 국회 관계자들은 “협상 과정에서 그토록 오락가락하던 자민련이 그래도 마지막 힘을 보여줬다”고 평가.

자민련은 표결방법 표결에선 민주당과 함께 전자투표에 찬성했고 1인1표제에 대해선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으며, 인구 상하한선 9만~31만명 수정안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함께 반대.

다만 자민련 이태섭(李台燮)의원은 당론과 달리 1인1표제에 대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는데 그는 표결직전 의총에서도 “1인1표냐 2표냐 문제는 충분한 토론없이 결정된 것이며, 수도권 의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

▼ 여성할당 압도적 지지 ▼

○…여성비례대표 30% 할당을 골자로 하는 정당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야의원 모두 압도적 지지를 표명, 여성표의 위력을 절감케 했다. 표결에 참가한 275명 중 찬성이 266명인 반면 반대는 자민련 김허남(金許男)의원 단 1명에 불과.

자민련의 이상만(李相晩)의원은 최초 반대표를 던졌다가 최종적으로는 기권. 선거국고보조금 50% 증액 부분을 삭감하자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찬성 145명, 반대 123명으로 가결.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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