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정부 햇볕정책 안보관 비난 파문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연초 성우회(星友會)소속 예비역 장성 400여명에게 현 정부의 안보정책을 비판하는 이른바 ‘안보서신’을 보낸 데 대해 국민회의측이 19일 해명을 촉구하는 공개질의서를 보냄으로써 ‘색깔론’ 파문이 일고 있다.

이총재는 A4용지 2장 분량의 서신에서 “간첩을 쫓던 사람이 그 간첩에 의해 백주에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고 전방의 군인들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것인지 혼란을 느낄 정도”라며 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 등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 서신은 또 “방첩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도 간첩을 잡는 것이 혹시나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일은 아닌지 갈등에 빠져 있다”면서 “지금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개탄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회의는 이에 대해 이날 당8역회의를 열어 이총재의 서신내용을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민과 군을 이간시키는 언동’이라고 규정한 뒤 한나라당에 보낸 6개항의 공개질의서를 통해 이총재의 해명 및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회의는 또 국회 국방위를 소집해 서신의 내용과 의도를 집중추궁하기로 했다.

국민회의는 특히 국방위 등에서 이총재 아들의 병역문제와 연결시켜 역공을 가한다는 방침이어서 ‘안보서신’ 파문은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에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민회의는 공개질의서에서 △이총재가 서신에서 지적한 ‘간첩을 쫓다가 백주에 쫓겨다니는 인물’이 누구인지 △‘나라가 위태롭다’는 등 무책임한 망언의 저의가 무엇인지 △두 아들 모두 병역기피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안보에 관한 얘기를 꺼낼 자격이 있는지 등에 관해 답변하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아무 문제 없는 이총재의 서신내용을 한나라당이 문제삼는 것은 탈북자 7명의 북한 송환으로 불거진 외교정책의 무능과 햇볕정책의 문제점을 호도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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