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악 선거법' 재협상 착수…金대통령 "개혁여망 외면"

  • 입력 2000년 1월 18일 00시 26분


여야는 선거법 정치자금법 국회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나눠먹기식 밀실 담합’에 의한 개악(改惡)이란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정치관계법의 전면 재협상을 추진키로 하고 17일부터 협상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여야 3당은 이날 총무접촉 등을 갖고 절충을 모색했으나 주요쟁점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18일 본회의에서 표결될 예정이었던 정치관계법의 처리는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날 국민회의 지도부에 정치관계법의 전면 재협상 추진을 지시한 데 맞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도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1인1표제 고수 △도농통합선거구 특례조항 백지화 △의원정수 및 지역구 축소 △이중등록 및 석패율(惜敗率)제도 폐지 등의 강경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정치관계법 협상은 계속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는 18일까지 합의도출에 실패할 경우 임시국회를 재소집해 절충을 계속할 방침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과 당3역을 청와대로 불러 정치관계법 합의내용에 불만을 표시한 뒤 △시민단체들의 선거개입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87조의 폐지 △4개 도농선거구 통합 특례조항 철폐 △선거보조금 50% 증액 백지화 △선거사범 공소시효 6개월 환원 △100만원 이상의 정치후원금 수표사용 의무화 △여성비례대표 30% 할당 명문화 등을 관철토록 지시했다. 이날 여야 접촉에서는 4개 도농선거구의 특례철폐와 선거사범 공소시효 환원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의견접근을 보았으나 선거보조금 증액 백지화와 이중등록 및 석패율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서로 입장이 엇갈렸다.

또 선거법 87조의 폐지에 대해 한나라당측도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반대하지만 후보예상자에 대한 세금납부 및 의정활동 등에 대한 정보제공에 대해서는 허용할 수 있다며 신축적인 입장을 보여 절충가능성이 주목된다. 그러나 자민련은 선거법 87조 개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여야의 정치관계법 개정안이 정치개혁의 방향에 어긋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총재는 “김대통령이 당직자들로부터 일일이 보고받고 지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협상을 지시한 것은 이중적 태도”라고 비난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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