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비서실 개편 의미]민정수석이 司正업무 총괄

  • 입력 2000년 1월 12일 19시 02분


12일 단행된 청와대 비서실의 인사 및 기구개편의 의미는 한마디로 ‘사정기능의 체계화’로 요약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민정수석실에 사정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을 두고 기존의 민정수석실 업무까지 총괄하도록 함으로써 과거 노태우(盧泰愚)정권 시절의 사정수석과 민정수석을 통합한 권한을 갖도록 한 것.

이는 ‘옷사건’ 과정 등에서 드러난 문제점, 즉 법무비서관(1급)의 위상으로 사정과 공직기강업무를 함께 관장한다는 것은 ‘용량초과’라는 안팎의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박주선(朴柱宣)전법무비서관이 결국 이 사건으로 구속된 것도 방대한 검찰조직을 상대하기 벅찬 현실이 원인 중 하나였다는 지적과도 맥락이 닿는다.

여권 내에서는 그동안 현행 체제를 유지하자는 안에서부터 사정수석을 신설해야 한다는 안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다가 결국 민정수석의 기능을 조정하고 차관급인 검사장을 수석비서관에 임명키로 결론을 내린 것은 이를 절충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정수석실의 사정기능강화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청와대의 권력남용과 검찰중립훼손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 “부정부패척결과 엄정한 법질서 확립을 위해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일 뿐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어려운 입지에 처할수록 ‘힘’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일반론적인 권력의 생리다. 또 현역 검사장을 기용했다는 점에서도 이같은 우려는 더욱 구체화된다. 이번 인사가 남긴 또 한가지 의미는 집권초기에 지적됐던 문제점이 현실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정책기획수석실의 기능 변화도 향후 청와대비서실의 역할과 관련해 주목된다. 정책기획수석실의 기능이 누가 맡느냐에 따라 큰 편차가 있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획과 홍보 위주에서 여론수렴과 조정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기구개편을 단행하면서 비서실 전체 인원수를 기존의 89명에서 동결, ‘작은 청와대’ 공약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였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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