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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21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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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총재는 이날 국회 총재실로 찾아온 박총무에게 자민련이 마련한 복합선거구제 협상안의 내용을 전하면서 이를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총재는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도시와 농촌지역 의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복합선거구제뿐”이라며 박총무를 설득했다.
박총무는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찬성한다”면서도 “한나라당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라고 슬쩍 발을 뺐다. 박총재가 “여당이 매번 야당 눈치만 보느냐”고 질책해도 박총무는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좀처럼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박총재와 자민련 당직자들은 이에 “여론이 좋지 않은데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면 ‘호남 대 비(非)호남’ 구도가 형성돼 여당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불행해진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박총무는 “‘옷사건’ 등으로 여권이 곤혹스러운 입장이긴 하지만 경제가 좋아지고 있어 내년이면 여론도 풀릴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논란 끝에 박총무가 총재실을 나서자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여당 총무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하니 정국이 풀릴 리가 없지”라고 혀를 찼다.
하지만 박총무는 “내가 찾아가 박총재를 만났는데 무슨 불편한 대화가 있었겠느냐”면서 박총재와의 이견을 부인했다. 그는 또 “박총재로부터 꾸중을 들었다는 데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도 “박총재가 나를 꾸짖을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니잖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