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사건 재수사]'1만달러 수수' 검찰 조작 가능성

  • 입력 1999년 11월 18일 20시 02분


환전영수증 공개
환전영수증 공개
89년 평민당 김대중(金大中·현 대통령)총재의 북한 공작금 1만달러 수수 및 불고지 사건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이 10년 만에 찾아낸 서경원(徐敬元)전의원측의 2000달러 환전 영수증은 1만달러 수수사건의 진상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서전의원은 88년8월19일부터 2박3일간 북한을 방문해 허담(許錟)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아 다른 나라를 거치는 동안 700달러를 사용하고 그해 9월5일 귀국했다. 따라서 귀국 당시 가지고 온 돈은 4만9300달러.

당시 검찰은 서전의원이 2,3일 후 이 가운데 3만9300달러를 처제 임모씨에게 맡겼고 나머지 1만달러를 비슷한 시기에 김총재에게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은 재조사과정에서 서전의원의 보좌관이던 김용래(金容來)씨가 서전의원의 귀국 당일인 9월5일 조흥은행에서 2000달러를 환전했다는 환전영수증 등 ‘물증’을 찾아냈다. 검찰이 공개한 환전영수증에는 김씨가 조흥은행에 2000달러를 주고 당시 환율(710.97원)로 계산해 142만1940원을 받아간 내용이 적혀 있다.

따라서 서전의원이 김총재에게 1만달러를 줬다는 당시 검찰의 공소사실은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불고지죄도 1만달러 수사와 연계해 기소됐기 때문에 이 부분도 깨질 가능성이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 환전영수증과 진술서 등이 수사기록에서 빠져있었다는 점. 이는 당시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은 “누락된 경위와 이유, 누락된 사실을 누가 알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혀 이 사건 재조사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사라인에는 현 한나라당 의원인 김기춘(金淇春)당시 검찰총장이 있었고 안기부 수사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직접 지휘했다.

또 현직에 남아 있는 검사들도 다수 있어 검찰 사상 최초로 현직 검사가 과거 수사한 것이 문제돼 조사를 받는 일이 불가피해졌다.

당시 수사검사들은 “수사에 관여한 검사와 수사관 등이 많아 누가 영수증과 진술서 등을 누락시켰는지, 또 영수증 등이 제출됐는지 등을 알 수 없었다”며 “혹시 재판과정에서 그같은 영수증이 제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누락된 것이 틀림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