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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4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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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부총재가 검찰수사에서 어느 정도 이번 사건의 본질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부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에서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팩스를 통해 보내온 (언론대책)문건을 미처 읽기도 전에 탈취당해 이 문건을 보지도 읽지도 못했고, 이 문건으로 인한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을 ‘기자가 보내온 문건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부총재가 문기자로부터 이번 문건 외에도 여러 문건을 받았고, 이부총재측도 그 문건들이 모두 이부총재에게 전달됐다고 시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번 언론대책 문건과 사신(私信)만 ‘보지도 읽지도’ 못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부총재측은 문기자로부터 문건이 팩스로 전송된 날이 6월24일이지만 이부총재는 사무실 정리 때문에 7월초에 사무실에 출근했고 그 사이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가 문건을 절취했기 때문에 못본 게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또한 석연치 않다. 사무실 정리 얘기가 나온 것도 처음이지만 사무실 정리를 핑계로 삼기에는 문건의 성격이나 내용이 너무 중요하지 않은가.
이부총재는 그동안 있다, 없다로 논란을 일으켰던 ‘문기자와의 통화녹취록 존재 여부’와 문기자의 문건 작성에 중앙일보 간부가 연관됐는지에 대해서는 검찰조사 뒤나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말해 사건의 본질적 의혹과 관련, 여운을 남겼다. 이부총재는 검찰 수사에서 특히 이 대목에 대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어제 오후 청와대에서 국민회의 지도부로부터 당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언론대책 문건의 진상을 있는 그대로 규명함으로써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 부산역광장에서는 야당인 한나라당이 ‘김대중정권 언론자유 말살 규탄대회’를 열고 장외투쟁을 벌였다. 국민으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야당은 장외투쟁에서 원내로 돌아와야 한다. 여야는 국정조사를 놓고 지엽적인 문제로 샅바싸움을 너무 오래해서는 안된다. 양측 모두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보다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여전히 ‘해프닝’ 정도로 몰아가려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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