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파문]'李기자 돈수수'여야 반응

  • 입력 1999년 11월 1일 01시 15분


여야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로부터 ‘언론대책문건’을 받기 전에 거액의 돈을 주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31일 표정이 엇갈렸다.

국민회의는 일단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언론대책문건’과 관련해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취소했고 당지도부도 인천 화재현장을 방문했다. 또 당3역회의에서도 “돈의 성격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성명도 내지 않는 등 공세 수위를 조절.

이같은 모습은 정의원이 이기자에게 거액의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나 정의원과 야당이 수세에 몰린 만큼 당분간 당차원에서 확전(擴戰)을 자제하고 검찰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들. 여야간 대결구도가 증폭될 경우 선거법개정등 정치개혁과 민생현안 해결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직자들과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환호를 금치 못했다. 한 당직자는 “괴문서사건이 정의원의 ‘매수공작’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만큼 ‘인색하기로’ 소문이 난 정의원은 1000만원이라는 거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밝혀야 한다”면서 희색. 다른 당직자도 “검찰수사가 좀더 진행되면 깜짝 놀랄 일이 드러날 것”이라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사실이 밝혀질 것임을 시사.

김재일(金在日)부대변인도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씨가 자수한 마당에 고문 공작 전문가인 정의원도 자수하라”고 주장하는 등 정의원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을 강화.

한나라당은 ‘언론대책문건’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이날 잇따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 주재로 당보 가두배포 행사를 가지려 했으나 이를 전면 취소하고 지구당차원의 행사로 대체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어떤 상황에서도 여권에 대해 적극 맞대응하기로 결정.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정의원이 이기자에게 준 돈은 당자금도 아니며 시기도 문건을 받았던 날보다 훨씬 이전”이라는 서울지검 수사검사와의 전화통화내용을 밝히며 여권의 정치공작 공세를 일축.

한편 이총재는 이날 오후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 조진형(趙鎭衡)인천시지부위원장 등과 함께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참사현장과 중구청에 마련된 사고대책본부를 방문.

〈정연욱·공종식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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