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文件’진위 공방/정치권 반응]

  • 입력 1999년 10월 26일 20시 25분


여야는 26일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폭로한 언론 관련 문건이 일으킨 파문에 대해 대변인 성명과 국회 대정부질문 등 모든 수단을 동원,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대변인 치열한 성명戰▼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퇴임 후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열어 정치공작을 해왔다”며 “이전수석이 극비작업을 한 사무실은 여의도 라이프콤비 빌딩 501호”라고 폭로.

반면 국민회의는 고위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정의원이 폭로한 괴문서는 이전수석이 작성했다는 주장이 성립되지 않는 부적절한 용어로 가득차 있다”며 조작문건이라고 주장.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정의원은 옷로비사건 청문회 때 라스포사가 영부인 옷을 지었다는 문구를 담은 포스터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즉석에서 허위임이 밝혀진 적도 있다”고 공격.

▼“정치공작”-“國調하자”▼

▽…여야는 이날 국회 통일 외교 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설전. 첫 질문자로 나선 국민회의 김상우(金翔宇)의원이 “이런 조잡한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직접 올린다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하자 한나라당 현경대(玄敬大)의원은 “비공식 문건에는 형식이 없으며 간단한 메모만으로도 보고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격.

국민회의 조홍규(趙洪奎)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정당생활 33년 동안 정부 여당이 야당을 상대로 정치공작을 하는 것은 봤어도 야당이 여당을 상대로 정치공작을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정의원의 ‘공작’가능성을 지적. 이에 한나라당 권기술(權琪述)의원은 “여당이 허위 조작이라고 생각한다면 여야공동으로 국정조사를 하자”고 역공.

▼李총재 “조직적 언론장악 ”▼

▽…이날 강릉 속초 방문에 나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강릉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까지의 언론탄압 사례도 문건에 나온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됐다”면서 “현 정권이 언론사를 통제할 계획으로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언론장악을 기도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

▼“날짜없는 보고서 봤나”▼

▽…한편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강래전수석은 1월말 사임했고 개인적으로 작성했을지는 몰라도 정부와는 무관하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고 설명.

그는 또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문서 중 날짜표기가 없는 것은 없다”면서 작성일이 ‘6월중’이라고 알려진 폭로문건 출처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

〈윤승모·이철희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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