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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11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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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청와대에서 김대통령과 주례회동을 갖는 박총재는 그동안 ‘김총리보다 김대통령에게 가깝다’는 평을 들어왔다. 특히 연내 내각제 개헌 여부로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한창 갈등을 빚던 올 상반기까지 박총재는 김대통령과 ‘연대’해 직간접적으로 ‘개헌 유보 불가피론’을 펴며 김총리를 압박해왔다.
그러나 박총재는 연내 개헌이 물건너간 이후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손을 잡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논의를 가시화하자 합당반대 주장을 펴며 두 사람과 거리를 두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는 사석에서 여러차례 “내년 총선에서 공동여당이 이기기 위해선 합당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한 일을 되돌아보면 이같은 입장 변화는 더욱 두드러지게 보였다.
반면 김총리는 최근 잇단 합당 시사 발언을 내놓으면서 김대통령과의 ‘돈독한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김총리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박총재와의 의견 차이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뒤 연내 당 복귀 의사를 밝혀 김대통령의 ‘올해 중 여권 거대 신당 창당’발언(7일)을 뒷받침했다.
이러다 보니 여권의 신당작업이 무르익을 때면 박총재가 ‘오리알’이 될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김총리가 신당의 총재를 맡게 되면 박총재가 마땅히 맡을 역할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총재가 전면에서 추진하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야당의 반대에 막혀 무산될 소지가 많은 것도 박총재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대목. 박총재가 김대통령과 김총리의 뜻에 반해 합당논의에 제동을 걸고 나선 데에도 이런 ‘위기감’이 깔려있는 듯하다.
그러나 김대통령으로서는 김총리와 박총재 중 누구도 버리기 힘든 처지여서 합당을 강행하는 한편 박총재에게도 적절한 역할을 배려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총리실 주변에서는 “박총재가 결국 김총리의 후임 총리를 맡게 되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무성하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