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위원장 일괄사퇴 없다"…與 혼선

  • 입력 1999년 8월 26일 19시 55분


‘공식적’으로만 따져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이 신당창당을 천명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창당과정을 지켜보면 한마디로 ‘갈피를 잡기 힘들다’는 느낌이 앞선다.이대행이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 등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일부 당지도부를 제외하면 당 안팎에서 “도대체 ‘말’만 있지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무성하다.

김대통령은 25일 정재계간담회에 앞서 이대행을 따로 불러 신당창당에 앞선 지구당위원장 일괄사퇴설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현역 지구당위원장들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김대통령은 이대행이 18일 기자회견에서 ‘기득권 포기’를 강조한 데 대해서도 “기득권 포기를 얘기한 것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각오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자는 선언적인 의미”라며 “공천을 할 때 몇 퍼센트를 물갈이 한다는 식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도 했다는 것.

김대통령은 그러면서 현역의원의 경우 원내활동과 지역구 내 신망이, 원외지구당위원장의 경우는 지역신망과 당선가능성이 공천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이대행은 ‘대통령 말씀’을 전했다.

물론 이대행도 18일 기자회견에서 “기득권 포기는 선언적 의미”라고 말하기는 했다. 하지만 같은 날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지금은 선언적이지만 앞으로 구체화될 것”이라고 ‘제로베이스의 신당창당’을 강조하면서 ‘일시적인 집권당 공백상태’까지 언급했었다.

또 김대통령이 “지구당위원장 일괄사표는 없다”고 강조한 그 순간에도 당 일각에서는 지구당위원장을 전원 사퇴시키려면 정당법상 △현재의 지구당을 모두 ‘사고지구당’으로 판정하든지 △전당대회에서 ‘지구당 취소’를 결의하든지 해야 하는데 “둘 다 사실상 어렵다”는 식의 고민에 빠진 모습이 엿보였다.

이른바 당내 실세 중진들까지 “대통령이 너무 말이 앞서는 것 같다. 너무 ‘그림그리기’를 좋아하셔서…”라며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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