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광복절 기념식은 안오고 테니스대회는 가고

  • 입력 1999년 8월 16일 19시 35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6일 낮 서울 중구 장충동 테니스코트로 달려갔다. 낫소배 전국대학연맹 테니스대회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300여명의 젊은이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이총재는 간단한 축사에 이어 ‘시타(始打)’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당초 이총재 외에 당3역 등 주요당직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었다. 이 대회는 이총재 사위의 친구가 후원했다는 게 당측의 설명.

그러나 이총재측은 “이총재가 테니스를 좋아해 올해로 이 대회 개회식에 3년째 참석해 왔다”고 해명했지만 당내 일부에서는 “지나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이런 탓인지 당3역은 행사에 참석치 않고 맹형규(孟亨奎)총재비서실장과 이사철(李思哲)대변인만 이총재를 수행했다.

이에 앞서 이총재와 한나라당 소속 의원 전원은 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광복절 공식기념행사에 불참했다. 대신 이총재와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날인 14일 별도로 독립기념관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가졌다.

이런 이총재와 한나라당의 행동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적지 않자 이사철대변인은 16일 “대통령이 그동안 야당을 정치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야당죽이기’에만 혈안이 된 상황에서 야당의원들이 국경일 행사에 참석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은 논평을 발표, “이총재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경일 행사에 단 한번도 참석치 않은 진기록을 남겼다”면서 “그런데도 사위 친구가 후원하는 테니스대회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큰 정치, 새 정치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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