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한대치정국]청와대 『정치적 의도 전혀 없다』

  • 입력 1999년 7월 13일 18시 36분


《한나라당 김태원(金兌原)전재정국장이 긴급체포되자 여야는 13일 또다시 극한 대치상황으로 치달으며 전면전 태세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위기정국 탈출을 위한 야당파괴 음모가 다시 시작됐다며 긴급 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불참결정을 하는 등 온종일 긴장 속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또 여권은 검찰의 ‘세풍(稅風)수사’와 국회운영은 별개라면서 야당의 조속한 국회복귀를 촉구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오자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사정(司正)에 의한 정계개편’의 시나리오가 ‘오해’라고 강조하며 이를 불식시키느라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풍사건은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사안이며 이 과정에서 김태원씨가 체포됐기 때문에 조사를 벌이는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야당의원 영입문제에 대해서도 “야당의원들이 입당할지는 전적으로 그 사람들이 판단할 문제이며 우리는 정략적으로 야당의원들을 포섭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도 “김씨의 연행은 검찰에서 그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국민회의 당직개편을 계기로 한 야당의원 영입이나 정계개편 등의 추진방침과 이를 연계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여권은 이날 검찰의 세풍 수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발과 관련, 검찰수사와 국회운영은 별개라면서 야당의 조속한 국회복귀를 촉구했다.

국민회의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논평에서 “범법혐의자 체포를 이유로 국회를 거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야당은 조속히 추경안 심의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임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 등 당 지도부는 가급적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발언을 자제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야당에 대해 “또 국회거부냐”며 짜증섞인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유용태(劉容泰)수석부총무는 “한나라당 김태원(金兌原)전재정국장은 ‘도주우려’ ‘증거인멸’ 등 문자 그대로 구속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면서 “떳떳하다면 왜 도망다녔겠느냐”고 지적했다.

자민련 이양희(李良熙)대변인도 논평에서 “야당이 정략적 이유로 민생국회를 거부하는 것은 세풍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변웅전(邊雄田)수석부총무는 “‘서상목 이신범 국회’에 이어 이제는 ‘김태원 국회’까지 등장할 판”이라며 “야당 강경파의원 때문에 나라가 망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최영묵·공종식기자〉kong@donga.com

▼야당 의원총회 『잘해보자더니 뒤통수치나』▼

○…한나라당은 이날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예정에 없던 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를 긴급 소집하고 대여(對與)강경투쟁 분위기를 선도했다. 총재단회의에서 부총재들은 “정면으로 싸우는 길밖에 없다” “우리도 강하게 받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의총에서도 의원들의 대여성토가 쏟아졌다. 그러나 지도부의 ‘초강경투쟁’선언 열기보다는 덜 뜨거웠다.

▽이총재〓식자나 여론주도층이라는 사람들이 고상한 말로 적당한 선에서 풀자는 식의 양비론을 내세운다면 어떻게 이 사회의 개선을 바랄 수 있느냐. 적당히 타협하라는 자세는 비판받아야 한다. 세상 어디에 승자가 패자의 선거자금을 조사하는 나라가 있느냐. 여당이 이런 식으로 간다면 정말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추경안은 특검제와 국정조사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다. 지난 4,5개월 동안 우리가 이끌어온 정국주도권을 계속 잡아나가야 한다.

▽박관용(朴寬用)부총재〓도대체 민주주의운동을 했다는 사람이 대선자금을 캐고 1년반이나 계속 사찰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네번이나 대선을 치렀지만 역대정권이 그의 대선자금을 문제삼은 일이 있는가.이런 철면피의 사람이 있을 수 있느냐.

▽박종웅(朴鍾雄)의원〓우리당이 계속 정국주도권을 잡아야지 종속변수로 떨어지면 당 자체가 허물어진다. 그동안 잘해보자고 해놓고 뒤통수를 치는 일이 벌써 여러 번이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일각에서는 초강경대응이 온당한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예사롭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야당을 철저하게 파괴하겠다는 것으로 앞으로 있을 대란(大亂)의 단초일 뿐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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