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행 경질후 2與 표정]국민회의「울분」…자민련 「흐뭇」

  • 입력 1999년 7월 9일 19시 30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반발로 김영배(金令培)전총재권한대행이 경질된 뒤 국민회의는 전반적으로 ‘울분’에 휩싸인 분위기였다. 당직자와 소속의원 대부분은 김총리와 자민련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가급적 공개비판은 삼갔으나 사석에선 울분을 토로하며 성토일색이었다.

안동선(安東善)지도위의장이 9일 김총리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런 분위기에 따른 것이다. 당내에서는 “안의장이 할 말을 했다”며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내각제 문제로 언제까지 자민련에 끌려다녀야 하느냐는 자조와 한탄의 소리도 적지 않게 나왔다. 서울출신 한 중진의원은 “김총리와 자민련이 남의 당 일에까지 ‘몽니’를 부리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 행동”이라며“그런데도 마냥 끌려다녀야 하는 우리 신세가 서글프다”고 한탄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서상목(徐相穆)의원 파동으로 물러난 조세형(趙世衡)전대행도 자민련의 이탈표 때문이었다”며 “그런데도 책임은 국민회의가 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당 일각에서는 자민련과의 결별에 대비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의 ‘민주대연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9일 아침 자민련 주요당직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국민회의측을 자극하지 말라”고 ‘입조심’을 당부했다. 김총리는 또 국민회의 안동선(安東善)지도위의장의 발언을 보고받고도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김용채(金鎔采)총리비서실장이 전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전총재권한대행 경질사태로 총리의 내각제 의지를 의심하던 자민련 충청권 의원들의 오해가 풀렸을 것”이라며 흡족해했다.

자민련도 이날 예정됐던 부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를 취소하고 국민회의 안의장의 발언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강창희(姜昌熙)원내총무는 “입장을 바꿔 보면 그 쪽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면서 “부부도 서로 싸울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그러나 일부 충청권 의원들은 이번 사태를 8월 내각제 결전의 예비전으로 간주하며 잔뜩 고무된 표정들이었다.

이원범(李元範)대전시지부위원장은 당사 기자실로 찾아와 “김대행 경질로 공동정권에서 자민련이 갖는 의미가 확인됐다”면서 “연내 개헌도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일영(鄭一永)충남도지부위원장은 “‘속이 다 후련하다’는 전화가 많이 왔다”면서 “내각제도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송업교(宋業敎)의원은 “이번 일이 꼭 좋아할 일인지 모르겠다”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번 김전대행 경질 대가로 자민련에 연내 개헌 포기 압박을 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양기대·송인수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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