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차관급회담]결렬직전 새 전기…北 접촉제의

  • 입력 1999년 7월 3일 00시 55분


중국 베이징(北京) 남북 차관급회담은 2일 우리측 대표단이 철수를 결정한 뒤 북한측이 전격적으로 양측 수석대표접촉을 제안하고 나옴에 따라 결렬 직전의 상황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그러나 우리측은 북한측이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당초 예정대로 3일중 철수할 예정이어서 회담이 계속 이어질지, 혹은 결렬될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북한이 갑자기 수석대표접촉을 제안한 것은 우리측의 철수로 회담이 결렬될 경우 이달말까지 받기로 했던 비료 10만t을 확보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차관급회담에서 이산가족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다루기로 비공개 접촉을 통해 합의했음에도 그동안 회담이 진전되지 못했던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측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었다.

북한측은 지금까지 한국이 추가지원키로 한 비료 10만t의 수송을 개시하면 이산가족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이산가족교류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비공개접촉에서 회담개최에 합의한 뒤 돌출한 여러가지 ‘악재(惡材)’도 회담 진전을 어렵게 한 요인이었다.

우선 서해교전사태로 수십명이 다치거나 죽고 어뢰정이 격침되는 등 막대한 타격을 입는 바람에 북한 내부 분위기가 경색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측 대표단이 회담 때마다 서해교전사태를 거론한 것은 북한 당국이 이로 인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한편 민영미(閔泳美)씨 억류사건으로 인한 국민의 대북감정 악화는 우리측 대표단의 운신폭을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베이징〓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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