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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3일 0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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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대표단의 박영수(朴英洙)단장은 기조연설에서 서해교전사태의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하며 사죄를 강력히 요구했다. 박단장은 이번 회담의 주의제인 이산가족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측 회담관계자는 “박단장이 ‘쌍방이 제기한 사항에 대해 상부에 보고하는 등 충분히 검토한 뒤 만나자’고 말했다”고 전하고 “회담이 결코 비관적이지는 않다”고 여전히 기대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은 금강산 관광객 억류사건, 북―미회담 등 다른 현안들과도 연계돼 있어 전도가 험난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객 억류사건은 서해교전사태 ‘패배’에 대한 보복적 성격이 강하다. 서해교전사태를 계기로 북한 군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강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로서도 금강산 관광객 억류사건에 대해서는 선택의 카드가 별로 없다. 국민의 신변안전이 걸린 사안인 만큼 강경 대응할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금강산 관광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문제는 이번 회담이 결렬될 경우 대북 포용정책은 물론 현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측은 회담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최대한 인내하면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그만큼 우리측이 북측에 끌려다니거나 양보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북측은 서해교전사태를 국제적인 현안으로 부각시키려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때까지는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논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남북관계에는 한동안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