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차관급회담]交戰돌출…평행선 공방예고

  • 입력 1999년 6월 20일 18시 41분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남북 차관급회담 전망은 결코 밝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북한측 대표단의 면면을 보아도 예상과는 달리 ‘강성(强性)’이다.

북한측은 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통해 서해교전사태와 관련, “당분간 남측 인사들의 평양방문과 접촉을 제한 또는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조평통 서기국부국장 겸 대변인인 박영수(朴英洙)를 대표단으로 보냈다.

이같은 조짐으로 보아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서해교전사태를 긴급의제로 제기, 북측 군함이 침몰하고 많은 인명피해가 난 것에 대해 우리측의 사과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회담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것을 최대한 활용,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국제적 현안으로 부각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남북이 비공개접촉에서 합의한 대로 이산가족문제를 최우선적 의제로 다루기는 힘들 것 같다. 베이징의 한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은 이산가족의 고향방문 등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물론 우리측은 이같은 북측 전술에 휘말리지 않고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 등에 관해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자세로 회담에 임할 예정이다.

우리측은 북측이 대표단을 내보낸 이상 서해교전사태를 들어 회담의 정상적인 진행을 지연시키는 일이 있더라도 무작정 결렬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같은 희망대로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남북의 입장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지루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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