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특검제 검토 선회 배경]守勢정국 돌파 「모진 각오」

  • 입력 1999년 6월 12일 03시 09분


여권 핵심부가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 수사를 위해 특별검사제 도입을 적극 검토키로 급선회한 것은 갈수록 악화되는 정국상황에 대한 ‘비상한 각오’가 작용한 것 같다.

우선 ‘고급옷 로비의혹사건’과 ‘진형구(秦炯九) 발언’으로 수세에 몰릴대로 몰린 정국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정면돌파론이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1일 “여권핵심부가 정치개혁 재벌개혁 등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각오를 다지고 있는 4대 개혁작업을 연말까지 완결짓기 위해서는 정국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정조사와 특검제는 한묶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이 현재 파업유도 의혹은 물론 ‘옷사건’,고관집 절도사건, ‘3·30 재보선 50억원 살포의혹’등 4대 의혹사건 모두를 국정조사대상에 포함시키자고 고집하고 있지만 여당이 ‘국정조사 및 특검제 패키지 카드’를 전격적으로 내놓으면 일거에 정국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이 이날 “야당이 내일까지 파업유도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여당 단독의 국정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도 전격적인 특검제 수용카드를 염두에 둔 강수(强手)로 보인다.

여권핵심부의 방향선회에는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한 핵심인사는 “국민회의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중산층과 서민, 그리고 시민단체의 이반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특검제를 수용하더라도 진형구전대검공안부장이나 공안대책협의회 관계자 이상의 선으로 수사가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핵심부의 결심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검제에 반대하는 검찰과 청와대 일각의 부정적 분위기 등 ‘역풍(逆風)’도 없지 않아 김대통령이 최종결심을 어떻게 내릴지 주목된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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