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개각/부처별 표정]초조 불안 느긋「官街 3色」

  • 입력 1999년 5월 24일 06시 43분


대폭개각 방침이 확정되자 휴일인 23일 청와대와 각 부처에서는 ‘가는 사람, 오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온종일 화제가 됐다.

○…법무부장관 기용이 유력한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은 23일 오후3시까지 집에서 기자들의 전화를 받으며 “박상천(朴相千)장관이 유임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다 이후 연락이 끊어진 점으로 미뤄 청와대의 통보를 받고 자리를 피한 듯.

국민회의 동교동계는 조승형(趙昇衡)헌법재판관을 법무장관으로 막판까지 강력하게 천거했던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

김총장의 경우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심재륜(沈在淪)전대구고검장 항명파동 때 ‘총대를 멘 공’ 때문일 것이라는 풀이들. 그러나 일부 검사들은 김총장이 2월 초 검사 집단서명사태 당시 소장검사들로부터 퇴진을 요구받은 점에 비춰 적지않은 내부 갈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

검찰 내부에서는 김총장 후임에 비호남 출신이 기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김진세(金鎭世·사시7회)대전고검장이나 박순용(朴舜用·사시8회)대구고검장이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들.

통일부장관에는 일찍이 임동원(林東源)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낙착됐다는 전언.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미일 대북 고위정책협의회에 참석키 위해 23일 오전10시반 출국한 임수석은 대북유화정책인 ‘햇볕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기용이 결정됐다는 것.

행정자치부의 경우는 올 2월에 취임한 김기재(金杞載)장관이 업무능력을 평가받아 일찍이 유임으로 정리됐다는 전언.

○…유임설이 유력했던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은 23일 늦게 교체쪽으로 확인되기 시작.

천장관은 이날 오전에는 국방부 간부들과 함께 남성대골프장에서 존 틸럴리 한미연합사령관 등 주한미군 고위 장성들과 운동을 즐기는 등 여유만만. 그러나 오후 들어 청와대 주변에서 교체쪽으로 얘기가 나오면서 후임으로 이준(李俊)국방개혁위원장 김진호(金辰浩)합참의장 오영우(吳榮祐)한국마사회장 등이 거명.

환경부장관의 경우 정진승(鄭鎭勝)차관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고 여성 배려 차원에서 박영숙(朴英淑)전평민당의원 등이 거론됐는데 박전의원은 “‘언론장관’은 잘하는 것 같다”면서 “헛다리를 짚고 있다. 젊은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

교육부 이해찬(李海瓚)장관은 21일까지만 해도 측근들에게 “조금 더 교육부에 남아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22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개각에 대해 협의한 이후 교체되는 쪽으로 정리됐다는 전언.

이장관은 23일 밤 “정치인 가운데 내년에 출마할 사람들은 당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교체되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퇴임 통보를 받은 듯한 분위기. 후임에는 조선제(趙宣濟)교육부차관의 승진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

노동부장관 후임에는 현 정부 조각 때 막판까지 거론됐던 배무기(裵茂基)중앙노동위원장이 유력한 가운데 안병우(安炳禹)예산청장과 영남출신인 안영수(安榮秀)차관의 내부 승진 가능성도 대두.그러나 당사자인 배위원장은 “들은 바가 없다. 다른 쪽을 찾아봐라”고 했고 안차관도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언급.

신설되는 중앙인사위원장에는 김광웅(金光雄)서울대행정대학원교수가 오석홍(吳錫泓)서울대교수 정범모(鄭範謨)한림대석좌교수 등과 경합하다 낙착.

한편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경우 기획예산위원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은 강봉균경제수석 후임에는 이선(李)산업연구원장 한덕수(韓悳洙)통상교섭본부장과 김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이기호(李起浩)노동장관 등이 거론. 임동원외교안보수석의 후임에는 아태민주지도자회의이사장인 한승주(韓昇洲)전외무부장관과 박용옥(朴庸玉)국가안보회의사무차장 등이 물망.

○…국민회의는 당에서 입각한 법무와 교육 국방 등 핵심부처 장관들의 경질 및 향후거취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자민련에서는 공동정권의 각료배분원칙이 무시되는데 대해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한나라당은 이번 개각을 정부정책 혼선에 따른 문책성 개각으로 성격을 규정지으려 애쓰는 모습.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당에 복귀해도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

자민련의 경우 이번 개각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지분에 얽매이지 않고 단행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공동정권 합의가 점차 깨지기 시작하면 결국 자민련은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정치부·사회부·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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