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처 기능조정]『이번엔 DJ뜻대로』 JP 전격수용

  • 입력 1999년 3월 30일 19시 31분


“이번에는 대통령 뜻대로.”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정홍보처의 업무에 언론매체관리기능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사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존중한 결과다.

전날까지만 해도 청와대와 총리실은 국정홍보처에 언론매체관리기능을 부여할 것인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청와대는 국정홍보와 매체관리기능의 분리입장을 고수했다. 그렇지 않아도 국정홍보처 신설을 놓고 ‘언론통제 의도’라는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총리의 입장은 두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는 쪽. 김총리는 29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업무보고가 끝난 뒤 오찬석상에서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으로부터 “언론과 시민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니 기능을 분리하는 게 좋겠다”는 건의를 받고 “그럴 필요 없다. 통합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 소식을 들은 김대통령은 이날 밤늦게 김한길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총리공관에 보내 김총리를 설득했다. 김수석은 김총리에게 “언론통제라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분리하는 게 좋겠다”는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했다.

이에 김총리는 “우리가 원칙대로만 하면 언론장악의도가 없다는 게 입증될 것인데…”라고 말하면서도 청와대측 예상보다는 ‘흔쾌하게’ 대통령이 뜻을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최근 국민연금 확대실시와 해양수산부장관 인선 등에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던 김총리가 이번에는 김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다.

내각제담판의 시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김대통령과 김총리간에 이뤄지고 있는 ‘주고받기’가 대타협을 위한 전주곡인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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