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재회담]『두 사람 대화스타일 달라졌네』

  • 입력 1999년 3월 17일 19시 04분


“항상 이프(If·만약…라면)가 문제야.”

17일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이 총재회담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은 권력기관의 고문문제에 대해 ‘증거가 확실하면 결단을 내리려 했는데 의심은 가지만 아직 증거가 나오지않고 있다’고 말씀하셨다”라고 소개하자 뒤에 서있던 백남치(白南治)의원이 혼자말처럼 한 말이다.

백의원의 말속에는 DJ는 나중에 상황이 달라져 말을 바꾸거나 빠져나갈 경우에 대비, ‘if용법’을 쓴다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었다.

김대통령은 또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은 의제가 나오면 “내가 전문가가 아니어서…”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가 특별검사제 공약을 지키라고 하자 김대통령은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도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좋겠다”며 빠져나갔다.

자신의 공약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논리를 갖고 상대를 설득시키려던 과거 모습과 다른 장면이었다.

오히려 이총재가 ‘왕년의 DJ’를 연상케 했다.

이총재는 미리 준비한 8가지 의제를 설명하면서 논리와 증거를 들이대기 위해 애썼고 국민연금 확대실시 문제에 이르러서는 “14일 현재 소득신고서를 제출한 가입자가 42.6%인데 이중 소득이 있다고 신고한 사람은 17.2%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DJ 못지않은 수치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앉자마자 본론부터 시작하는 이총재의 ‘재미없는 스타일’은 야당시절 총재회담때 김대통령과 비슷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농담도 별로 없었다는 후문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