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與 정부출범 1주년 기념식장 소동 이모저모]

  • 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4분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 정부’ 출범 1주년 기념식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 당원들이 내각제 문제로 욕설을 하고 멱살잡이를 하는 등 마찰을 빚어 양당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입장과 함께 오전9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초청연사로 등단한 고려대 김호진(金浩鎭)교수가 내각제 관련 발언을 시작하면서부터 긴장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김교수가 “내각제는 세가지 전제가 필요하다”면서 “국민불안을 없애려면 먼저 양당간 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자 자민련 청년위소속 의원들은 “무슨 소리 하는거냐” “국민공약을 그렇게 얘기하면 되느냐”고 흥분.

김교수가 “내각제를 하려면 공동정권부터 성공시켜야 한다”며 화제를 제2건국운동으로 옮기자 자민련측에서는 “다 실패했다고 그래”라며 야유했고 국민회의 관계자들이 발언자인 자민련 윤창오(尹昌五)정책위부위원장에게 몰려가 넥타이를 잡아당기고 밀치면서 ‘육탄전’으로 변모.

○…한 여성 자민련당원은 “때리면 맞아.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야”라고 악을 썼고 국민회의측은 “왜 소란이야” “저 녀석들 끌어내”라고 맞고함. 이 과정에서 자민련의 한 관계자가 행사장 전면 단상쪽으로 진입하려다 국민회의측에 의해 저지당해 끌려 나가기도 했다.

김교수는 “주변에서 내각제 같은 민감한 문제는 오늘 거론하지 말라고 했지만 시녀 강사가 되기 싫어 소신을 갖고 얘기한 것”이라며 해명. 소동이 끝난 뒤 단상에 오른 국민회의 조대행은 썰렁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인사말 모두에 “우리 양당의 단합을 위해 박수로 성원해달라”고 당부하며 박수를 유도.

○…소동이 계속되자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과 자민련 박준병(朴俊炳)사무총장은 행사장 밖으로 나와 긴급구수회의를 열고 사태수습을 논의.

정총장은 “나는 연사가 누군지조차 몰랐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이날 해프닝에 고의성이 없었음을 해명했으나 박총장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박총장은 당사에 돌아온 뒤 밑도 끝도 없이 “나쁜 녀석들 같으니…”라며 투덜됐고 김학원(金學元)사무부총장은 “김교수의 원고를 보니까 한마디로 오늘 기념식을 내각제 유보 결의식으로 만들려는 내용이었다”며 흥분.

정총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교수가 엉뚱한 얘기를 했다. 양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설훈(薛勳)기조위원장이 ‘내각제 발언을 하지 말아달라’고 김교수에게 사전에 공문까지 보냈다는데…”라며 불쾌한 표정.

○…이날 행사장에는 이같은 소동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음인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는 불참. 또 국민회의 의원들이 대부분 행사에 참석한 반면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 등 자민련의 충청권출신 의원 중 상당수가 불참해 집권1년을 맞는 양당의 서로 다른 감회를 느끼게 했다.

한편 청와대와 총리실은 이날 행사장 소동을 보고받은 뒤 언급을 일절 피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 조심하라고 했는데…”라며 못마땅해 했고 총리실도 내심 불쾌해 하면서도 애써 태연한 체했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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