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이강래…與 『인지도 낮아 보선후보 교체』

  • 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4분


김대중대통령이 서울 구로을 보선의 국민회의 후보로 ‘낙점’한 이강래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교체에는 여권의 복잡한 사정이 함축돼 있다. 이번 교체가 단순히 이전수석의 개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여권내 신주류와 구주류간의 파워게임이 작용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25일 이전수석의 교체가 김병오(金炳午)지구당위원장측의 반발과 이전수석의 낮은 인지도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위원장이 김대통령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선거지원을 거부한데다 지구당 조직도 협조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김위원장의 아들이 이전수석이 출마할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됐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국민회의 권노갑고문 등 구주류측 인사들이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 등 신주류와 가까운 이전수석의 출마를 견제하면서 그의 낙마가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끄는 것이다. 실제로 권고문측은 구로을 조직책 선정과정에서 여론조사결과 등을 내세워 권고문의 출마가능성을 흘리면서 이전수석을 흔들었다.

여기에 이전수석의 ‘고속출세’를 탐탁지 않게 여기거나 그의 당내 진입을 김대통령의 파견관 또는 감시관으로 생각하는 당중진들이 가세해 그의 낙마가 기정사실화됐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아무튼 이번 후보교체파문으로 김대통령의 지도력은 결코 가볍게 보기 힘든 손상을 입게 됐다. 당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대통령 독단으로 일을 처리한 데 따른 부작용이 표출된 셈이다. 이와 함께 이번 파문을 계기로 신주류와 구주류간 파워게임이 본격화될 경우 김대통령의 정국운영에 큰 부담을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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