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계개편 정말 포기했나?…여건 성숙때까지 유보

  • 입력 1999년 2월 8일 18시 56분


최근 여권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말은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안한다”는 것이다. 8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예방한 김정길(金正吉)청와대 정무수석도 그랬다.

얼마전만 해도 정계개편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던 것과는 정반대다.

당초 여권은 ‘설연휴 직후 야당의원영입→한나라당 비주류분리→5월전당대회전후 지역연합이나 합당을 통한 전국정당화(신당창당)→16대총선승리→정권재창출’이라는 시나리오를 준비했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이의 실현이 순탄치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악화일로인 영남의 지역정서를 감안할 때 정계개편추진이 오히려 동서대결 및 정국경색심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우선 영남민심을 달래기 위한 유화조치들을 선행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여권이 정계개편의지를 포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의 의석이나 DJP(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연합만으로는 16대총선승리나 정권재창출, 동서화합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TK(대구 경북)나 PK(부산 경남)지역과의 연합이나 합당을 통한 신당창당 등 ‘새판짜기’가 필수적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도 “정계개편 없이는 정국안정과 동서화합도 없다는 김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하다”며 “다만 무리수는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야당흔들기’등 적극적인 행동은 자제하겠지만 야당의 내부분열을 활용한 구도재편까지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여권의 기류변화는 정계개편의 포기가 아니라 여건성숙때까지 유보하겠다는 전술적 후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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