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개헌 이렇게 생각한다]상황론-이행론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상황론:백경남(白京男)동국대 정치학과교수〓정치는 상황변화를 도외시할 수 없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은 항상 국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에 중점을 둬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각제 개헌을 합의할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고려하지 않은 만큼 내각제개헌 합의이행을 전제로 시기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즉 공동여당이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먼저 경제위기 극복에 전념한 뒤 적당한 시기에 내각제 개헌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논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등 이해당사자들이 현재의 IMF상황을 정의(定義)하는 인식과 판단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또 국민여론도 이를 뒷받침해줘야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민 사이에는내각제 등정치제도변화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덜 확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민련측이 IMF라는 상황변화를 받아들인다면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국민여론의 추이와 나라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상황변화와 약속이행의 공통분모를 찾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이행론:서주실(徐柱實)부산대 법학과교수〓대통령제에서는 책임 정치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근본적인 정치개혁이나 정치민주화를 위해선 내각제로 바꿔야 한다. 대통령제의 제도 때문에 권위주의화한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미국에서조차 90년대 들어 이런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IMF 상황론’역시 말이 안된다. IMF측에서조차 이미 한국 경제가 저점을 통과했다고 말한다. 실업자가 여전히 많다고 하지만 유럽의 실업률은 10%를 넘는다. 더구나 빅딜 등 현재의 정부 조치는 어느 독재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한 조치다. 특수 조치가 인정되는 특수 상황은 최소화해야 한다. 하루빨리 정상적인 시장경제원리로 복귀해야 하고 더이상 ‘IMF 상황론’에 기대선 안된다.

뿐만아니라 내각제는 현 정권의 대국민 약속이다. 현정권 지지표 중에는 김대통령보다 김총리와 내각제를 보고 찍은 표도 있다. 약속을 저버리면 김대통령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갈 수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신뢰 관계가 깨지는 것은 큰 문제다. 이런 상태에서 16대 총선을 치르면 동서간의 지역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 내각제에 안이하게 대응하다간 오히려 더 어려운 문제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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