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 이모저모]野 느닷없는 「총풍」거론

  • 입력 1998년 12월 8일 19시 39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새해예산안 법정처리 시한(2일)을 6일 넘긴 8일에야 가까스로 예산안을 표결 처리했다. 예결위원 50명 중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 26명은 모두 찬성했으나 한나라당 의원은 전원 퇴장하고 사회를 본 한나라당소속 김진재(金鎭載)예결위원장은 기권했다.

○…예결위는 이날 오전10시에 개의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도 김위원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당 지도부로부터 예산안 처리 여부에 대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

이에 발끈한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과 예결위 간사인 조홍규(趙洪奎)의원 등은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원내총무를 찾아가 “계속 이러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 단독으로 처리하겠다”고 엄포.

한동안 이들을 만류하던 박총무는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예결위 처리까지는 해주겠지만 본회의는 내일로 미루자”고 타협안을 제시. 한총무는 이에 대해 “말로 하지말고 문서로 확인해달라”고 요구.

○…여야3당 수석부총무들은 곧이어 ‘8일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고 9일 본회의를 개의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

이중 본회의 개의 부분에 대해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수석부총무는 “본회의에서 처리할지 여부는 그때 가봐야 한다”고 발을 뺐으나 국민회의 장영달(張永達)수석부총무는 “사실상 내일 처리한다는 뜻”이라며 상반된 해석.

두사람은 이어 “불법단체인 제2건국위의 감춰진 예산을 찾아내느라 시간이 늦어졌다”(이규택) “한나라당이 나라를 망치지 않았으면 제2건국을 할 필요도 없었다”며 잠시 설전. 그러자 자민련 이양희(李良熙)수석부총무는 “어렵게 합의하는 마당인데 서로 말을 삼가자”고 중재.

○…예결위 전체회의는 오후2시10분 개의됐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엉뚱한 문제 제기로 시작부터 소란.

이신범(李信範)의원은 느닷없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7일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제기됐던 ‘총풍(銃風)’사건 관련 의혹을 다시 거론하며 “불법수사를 하고 있는 안기부와 법무부 예산의 집행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

이어 김영선(金映宣)의원은 “근거없는 편지를 가지고 드라마를 쓰고 있는 검찰은 한마디로 드라마센터”라고 고성.

이 때문에 여당 의석에서는 “총풍이 예산과 무슨 상관 있어”“형편없는 사람들,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돼”라는 고함이 터져나오기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으로 20여분간 소동이 계속되자 김위원장은 “그런 문제는 본회의에서 다루자”면서 표결을 선포했고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무슨 짓이냐”라고 한두번 소리를 지르다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퇴장.

〈송인수·이원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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