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 국회 또 「휘청」…예산안-총풍흥정說 파문

  • 입력 1998년 12월 4일 19시 11분


새해예산안과 총풍사건을 연계시키려 한다는‘빅딜설’이 예산심의를 꼬이게 만들었다.

한나라당은 4일 주요당직자회의와 총재단회의 의원총회 등을 잇따라 열어 정치현안과 새해예산안 심의를 연계한 적이 없는데도 여당이 ‘예산안―총풍 흥정설’을 흘렸다며 이는 정치적 음모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제2건국위 예산 20억원 전액삭감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 원칙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새해예산안을 처리해 줄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예산안과 다른 정치현안을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예산안을 심의해왔다”고 주장했고 안택수(安澤秀)대변인도 성명에서 “근거없는 이총재의 총풍 연루설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여권의 음모”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예산안 처리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빅딜설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국민회의 고위간부는 “현재까지는 이회창총재에 대한 검찰의 소환이나 수사방침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야당측의 반발을 완화시키기 위한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야 막후협상과정에서 여당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인 제2건국운동을 저지한다는 입장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 즉 새해예산안에 들어있는 제2건국위 운영비 20억원을 빼지 않을 경우 예산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여권은 제2건국위가 대통령자문기구라고 주장하지만 초법적 정치기구화하고 있다”면서 “제2건국위 운영비를 반영해주면 제2건국운동을 인정해주는 셈이기 때문에 절대로 통과시켜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가 이견을 보였던 쟁점이 대부분 타결됐는데도 한나라당이 제2건국위 예산문제를 물고 늘어져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결국 정치투쟁인 셈이다.

즉 여야 수뇌부의 결단이 없으면 제2건국위 예산문제에 대한 합의가 불가능한 상황을 이용해 겉으로는 정치현안과 예산안을 연계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사정(司正)이나 경제청문회와 관련된 실리를 챙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제2건국위 예산은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예산안을 단독 표결처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날치기처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단독처리도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여야가 제2건국위 예산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한 예산국회가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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