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내각 질타]『외부환경 호전』 자신감

  • 입력 1998년 10월 12일 19시 44분


일본방문 후 귀국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4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나 6월 미국방문 후 귀국했을 때와는 달랐다.

12일 국무회의에서 김대통령은 방일성과에 대한 설명과 후속조치 지시를 간략히 마친 뒤 전례없이 단호하게 내각을 질타하며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방일성과에 대한 자축분위기를 기대했던 각료들은 내심 뜨끔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이날 국무회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김대통령이 ‘밖’에서 다시 ‘안’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외적 환경이 호전될 기미를 보임에 따라 김대통령이 국정의 총체적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게 박수석의 설명이었다. 즉 앞으로 개혁의 고삐를 더욱 조일 것이라는 얘기다.

외적 환경의 호전은 두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세차례의 정상외교로 개혁에 대한 미일 등 국제사회의 후견을 확보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엔고 등 국제경제여건의 개선으로 개혁의 여력이 보다 확충됐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은 일본을 방문 중이던 9일 “귀국하면 달라진 국제환경에 대응할 준비를해야겠다”고 예고한 바있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일차적으로 국제환경의 변화가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내부기반을 시급히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제 시행착오가 다소 너그럽게 허용돼온 ‘집권입문기간’은 지났다고 보고 이번 기회에 국가기강을 재확립하려는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집권 반년이 넘었는데 언제까지 과거 정권의 잘못만 탓하고 있겠느냐”는 김대통령의 내각 질타발언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개혁에 다소 느슨한 태도를 보였던 여권 관계자들을 다그쳐 개혁의 대열을 다시 정비하려는 의도가 들어있음이 분명하다.

김대통령의 발언 이후 여권주변에서는 연말 개각설이 고개를 치켜들면서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주로 질책받은 각료들은 경제팀이었다.

김대통령이 이날 철저한 공무원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한 것 역시 공직사회의 개혁정신 무장을 위한 기강 확립의 의미가 있다.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회견에서 김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개혁에 대한 의도적인 반발과 저항을 든 점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미 5대 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또 사정작업도 정치상황과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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